인도 대통령궁서 쫓겨난 英건축가 흉상…모디 "식민 잔재 청산"

설계자 루티언스 흉상 철거, 인도인 초대 총독 동상으로 교체
해군 깃발·공무원 제복까지…인도 전역서 '영국 지우기' 가속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4일 구와하티에서 연설을 하며 두 손을 번쩍 들어 보이고 있다. 2026.2.14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인도 정부가 수도 뉴델리의 설계자이자 영국 식민 시대의 상징적인 인물인 건축가 에드윈 루티언스의 흉상을 대통령 관저에서 철거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라슈트라파티 바반(대통령궁)에 있던 루티언스 흉상을 독립 인도의 첫 인도인 총독 차크라바르티 라자고팔라차리의 흉상으로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흉상 교체는 모디 정부가 2014년 집권 이후 꾸준히 추진해 온 '탈식민화' 정책의 연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모디 총리는 월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불행하게도 독립 이후에도 영국 행정가들의 동상이 대통령궁에 남아 있었지만, 이 나라의 위대한 아들들은 공간을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대를 상징하는 것들을 뒤로하고 인도 문화와 관련된 상징을 소중히 여기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루티언스는 20세기 초에 활동한 영국의 유명 건축가다. 1911년 영국이 식민지 인도의 수도를 콜카타에서 델리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후 그는 뉴델리 도시 계획의 총책임자로 임명됐다.

그가 설계한 대통령궁(당시 총독 관저)과 인디아 게이트 등은 오늘날까지 뉴델리의 상징으로 남아 있으며 인도 정치 엘리트 계층의 중심지로 여겨져 왔다.

모디 총리는 2022년 9월 인도 해군 군함기에서 영국 왕실을 상징하는 '성 조지의 십자가'를 삭제하며 "노예 상태와 식민지 과거의 남은 흔적을 지웠다"고 선언했다.

이 밖에도 모디 총리는 영국식 도로명 '킹스웨이'를 '의무의 길'로 변경하고, 철도 공무원들의 영국식 제복 착용을 금지하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영국 식민 시대의 잔재를 지우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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