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에 주목받는 '망명' 왕자…"억압 정권 대가 치를 것"
마지막 팔레비 국왕의 장남…SNS로 "거리 떠나지 말라" 시위대 독려
정권 교체기 이란 내 구심점 역할 주목…'네탸냐후 지지'가 역풍 부를수도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이란의 경제난 항의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에서 망명 생활 중인 이란 마지막 국왕의 아들 레자 팔라비(65)가 최근 시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서면서 향후 그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팔라비는 1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영상 메시지를 통해 시위 참여를 공개적으로 독려했다. 그는 시위대에게 거리를 떠나지 말라고 호소하며 자신도 곧 합류하겠다고 말했다.
또 시위대가 "이란 정권의 억압적인 체제를 약화시켰다"며 "그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며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한 것도 언급했다.
1960년생인 팔라비는 팔라비 왕조 마지막 샤(왕)였던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 전 국왕의 장남으로, 1967년 아버지의 대관식 당시 7세의 나이에 왕세자로 책봉됐다. 그러나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친미 왕정이 붕괴되면서 이후 수십 년간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레자 팔라비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이란 내 크고 작은 반정부 시위 국면에서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전국적인 파업과 거리 시위에서 더 강력한 행동을 촉구하는 등 목소리를 키워왔다.
독일 도이체벨레(DW)는 팔라비가 "스스로를 '전환기의 목소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그러나 민주적 이란에서 팔라비가 어떤 역할을 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팔라비가 과도기 지도자 역할을 노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이란 간 12일간의 무력 충돌 당시 정부가 붕괴할 경우 자신이 임시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당시 파리 기자회견에서 그는 "나는 정치권력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나라가 이 중대한 시기를 넘어 안정과 자유, 정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팔라비는 해외 이란인 공동체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현재 그에 대한 이란 여론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란에서는 소셜미디어와 언론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팔라비가 과도기적 '상징적 지도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중동연구소의 알렉스 바탄카 연구원은 "이 운동에는 언젠가 정치적 구심점이 필요하다"며 "팔라비만큼의 인지도와 상징성을 가진 인물은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가 권력 장악이 아닌 진정한 민주적 전환 관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팔라비의 행보가 오히려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라비의 주요 후원자로 알려진 가운데 이란과 이스라엘이 수십 년간 적대 관계를 이어온 점을 고려할 때 거부감을 느끼는 이란인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이번 시위만으로 이란 정권이 붕괴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런던대 아시아·아프리카 연구대학(SOAS)의 아르신 아디브-모가담 교수는 "이란 국가는 제도와 안보기구 측면에서 매우 공고하다"며 "현재 시위만으로 체제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탄카 연구원 역시 "정권이 이번 시위를 넘길 수 있느냐 뿐 아니라, 다음 시위도 억누를 힘이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현재 국면이 정권 붕괴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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