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총격테러 참사 일주일…호주 전역서 촛불·묵념으로 추모
'추모의 날' 맞아 전역서 1분간 묵념…추모 행사 2만명 참여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호주 전역이 시드니 유대교 축제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일주일을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침묵에 잠겼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본다이비치에서 총성이 처음 보고된 지 정확히 일주일이 되는 이날 오후 6시 47분에 맞춰 호주 전역에서 1분간의 묵념이 진행됐다. TV와 라디오 방송도 1분간 송출을 멈췄다.
호주는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이날을 추모의 날로 지정하고 정부 청사에는 조기를 게양했다.
시끌벅적한 도심 술집부터 한적한 지방 소도시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유대교 전통에서 '어둠을 이기는 빛'을 상징하는 하누카의 의미에 맞춰 수많은 가정이 창가에 촛불을 놓았고 사건 현장에서는 수천 명이 모여 침묵 속에 추모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이날 참석 인원이 약 2만 명에 달했다고 추산했다.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스(NSW) 유대인 대표위원회 회장 데이비드 오십은 "지난주는 우리의 순수함을 앗아갔다"며 "본다이의 잔디가 피로 물든 것처럼 이 나라 역시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친구 여러분, 하누카는 가장 암울한 곳에서도 빛이 세상을 밝힐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며 "하나의 용기 있는 행동, 하나의 희망의 불꽃이 우리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추모식에는 총격범 중 한명에게서 총을 빼앗아 '본다이의 영웅'으로 불린 아흐메드 알 아흐메드의 아버지도 참석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이날 전통적인 유대교 모자인 키파를 쓰고 추모식에 맨 앞줄에 앉았다. 추모식 도중 연사가 그의 이름을 언급할 때마다 야유가 흘러나왔다.
총리는 가자전쟁 발발 이후 급증한 반유대주의를 억제하는 데 그의 정부가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번 사건 관련 국가의 사법 집행기관과 정보기관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연방 경찰과 정보기관이 호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필요한 "적절한 권한과 구조, 절차, 정보 공유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추가적인 반유대주의 폭력을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순찰과 치안 활동을 강화하고, 민간 소유 총기 수십만 자루를 사들여 폐기하는 총기 수거 사업도 발표했다.
앞서 지난 14일 저녁 본다이 비치에서 열린 유대인 명절 하누카 축제 행사장에서 파키스탄 출신 사지드 아크람(50)과 그의 아들 나비드 아크람(24)이 총기를 난사해 유대인 15명이 희생됐다. 범행 동기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이념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yeh2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