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으로 국가 안전" 싱가포르, 마약 의무사형제 위헌심판 기각

특정 마약사범에 감경 없는 사형…"국제규약 위반" 논란도

싱가포르에서 특정 마약 범죄에 대한 의무적 사형제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싱가포르 활동가 커스틴 한(오른쪽에서 두 번째), 코킬라 안나말라이(오른쪽에서 세 번째), 졸로반 왐(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싱가포르 법원이 특정 마약밀매 범죄를 감경 없이 사형에 처하게 하는 의무적 사형제에 제기된 위헌 심판을 16일(현지시간) 기각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3일 인권운동가들과 사형집행된 마약사범의 유족 3명은 의무적 사형제에 대한 위헌 심판을 법원에 제출했다.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제기된 소송에서 이들은 이 제도가 싱가포르 헌법이 보장하는 생명권과 법 앞의 평등한 보호를 위반하고, 판사들의 형량 재량권을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고등법원의 후 셔우 펭 판사는 청구인들의 법적 자격이 부족하다고 판결하는 한편 "어떤 경우에도 본안 심리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청구인들은 성명에서 "다양한 주장들이 제기됐음에도 판결이 이렇게 빨리 나와 놀랐다"며 항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에서는 디아모르핀 15g, 코카인 30g, 메스암페타민 250g, 대마초 500g 이상의 마약 판매·제공·운송·투여하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의무사형제가 적용된다.

싱가포르는 지난달 3명을 교수형에 처하는 등 올해 17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2003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이들 중 다수는 마약 밀매범이다. 활동가들은 현재 마약사범 40명이 사형수 감방에 있다고 보고 있다.

모리스 티드볼 빈즈 유엔 특별보고관은 지난 10월 의무사형제를 비판하는 성명에서 "마약 관련 범죄는 국제인권법상 '가장 중한 범죄'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 기준은 고의적인 살인 범죄에만 엄격하게 한정된다"고 지적했다.

유엔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6조는 사형이 "가장 중한 범죄에 대해서만 선고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싱가포르 당국은 사형이 싱가포르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내무부 조사에서도 국민 80% 이상이 사형 집행이 마약밀매 등 중범죄 억제에 효과적이라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