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둘 낳으면 현금 지급"…남아선호 골머리 베트남 특단 대책

출생성비 111.4명…"이대로면 男 150만명 과잉 상태"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심한 남아선호 현상을 겪고 있는 베트남이 '딸 둘 가정'을 위한 현금 지원 등 성비 불균형을 해소할 국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국영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출생 성비 불균형 감소는 지난달 25일 베트남 정부가 발표한 125조 동(약 6조 9700억 원) 규모의 건강·인구 프로그램의 정책 목표 중 하나다. 이 프로그램은 출생 성비(여자 아이 100명 당 남자 아이 수)를 2030년까지 109명 미만, 2035년까지 107명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2024년 기준 베트남의 출생 성비는 111.4명으로 자연 성비를(104~106명)을 훨씬 넘어서는 수치다. 북부로 갈수록 불균형은 심해져 수도 하노이의 경우 118.1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 추세가 억제되지 않으면 베트남에서는 결혼 적령기(15~49세) 남성 인구는 2034년 150만 명, 2059년 180만 명 초과되는 상태가 된다.

원인으로 유교 문화에서 비롯된 남아선호 사상이 지목된다. 베트남 국민들에게 아들을 통해 가계를 이어가려는 생각은 빈부 격차, 교육 수준과 관계없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VN익스프레스는 전했다.

또 1.91명으로 하락한 베트남 출산율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자식을 적게 낳으면서도 "대를 이을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출산 전 낙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 의료적 개입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에 베트남 보건부는 여아 출산장려를 위해 농촌 지역과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두 딸을 낳은 가정을 대상으로 현금 또는 생활용품을 지원하는 방안을 지난 7월 인구법 초안에서 제안했다. 국가 차원의 정책 전에도 하이퐁, 허우장, 박리에우 등 일부 지방정부는 두 딸을 낳은 가정을 대상으로 현금 보상 정책을 시행해 도입 초기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고 VN익스프레스는 전했다.

또 태아 성별을 공개한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고, 성별선택 행위에 대한 행정 벌금을 현행 3천만 동(약 170만 원)에서 최대 1억 동으로 높일 것을 제안했다.

마이 쑤언 푸옹 전 베트남 인구국 부국장은 "출생 성비 불균형 감소는 모든 가정이 아들이든 딸이든 국가의 미래에 대해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고 여길 때에만 성공할 수 있다"며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캠페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