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日' 굴욕영상에 부글…日 "사전조율 없이 찍어 항의"

관방장관 "이해와 협력 늘릴 방침"…中, 日수산물 수입 중단 강수
日언론 "외교적 우위 연출 선전전"…日온라인선 "화 치밀어"

기하라 미노루 일본 관방장관.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일본은 19일 중일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성사된 양국 외교부 국장급 협의 이후 중국 국장이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일본 국장을 대하는 영상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중국 측에 문제 제기를 했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전날 공개된 영상과 관련, "일본 측과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상태로 취재가 이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중국 관영 CCTV 계열 SNS 계정인 '위위안탄톈'은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 사장(아시아 국장)과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협의가 끝난 직후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가나이 국장은 류 국장을 향해 고개를 약간 숙인 반면 류 국장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훈계하는 듯 가나이 국장을 쳐다보고 있어 논란이 됐다.

18일 베이징 외교부 청사를 방문한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왼쪽)이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시아 국장과 면담 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청사를 빠져 나가는 장면. 중국 관영 매체의 SNS 계정 위위안탄톈이 공개했다.

기하라 장관은 "중국 국내 매체의 보도 하나하나에 대해 정부가 언급하는 것은 삼가겠다"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양측의 노력으로 과제와 현안을 줄이고 이해와 협력을 늘려 나간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앞으로도 상황을 주시하며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중국 측이 외교적 우위를 연출하기 위해 해당 영상을 공개한 것으로 분석한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이 해명하러 온 것 같은 인상을 만들어내 중국이 우위인 입장을 연출하려는 목적"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은 "영상 보도는 (중국이) 사태의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보여주는 선전전"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측의 영상 공개는 일본 내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일본 최대 야후 포털에서 해당 기사에 60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다수는 중국의 조치를 비난하는 내용이다.

최다 추천을 받은 한 누리꾼은 "이것은 중국 국내용 프로파간다(선전)"라며 "외교 석상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것은 무례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런 사진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외국엔 중국이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라는 인상을 준다"고 적었다. 또 "외국으로부터 일본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자국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나라인지를 주목받고 있기 때문에 (일본은) 꺾이거나 타협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한 누리꾼은 "중국인이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꽂은 채 있는데도 왜 일본 국장이 고개를 숙이고 있냐"며 "화가 치밀어 올라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고 썼다. 이어 "마치 일본이 사과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딱히 편집된 영상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이런 타이밍에 일본이 중국에 설명을 하러 간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나약한 자세였다. 좀 더 의연하고 단호한 대응을 취해 주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한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촉발된 이번 중일 갈등을 풀기 위해 양국은 전날 국장급 협의를 가졌지만, 별다른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자국민 대상 일본 유학과 여행 자제를 권고한 데 이어 이날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일본 측에 통보하는 등 압력 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