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갈매기' 필리핀 중부 강타…최소 26명 사망·40만 명 대피

4일 태풍 갈매기가 밤사이 필리핀 중부를 강타한 뒤 세부주 릴로안 마을에서 한 주민이 급조한 보트를 타고 침수된 자택에서 대피하고 있다. 2025.11.04.ⓒ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태풍 '갈매기'가 몰고 온 폭우로 필리핀 중부 지역이 침수되면서 최소 26명이 숨지고 수십만 명이 대피했다. 세부 지역에서만 2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대부분은 익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AF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중부 세부섬은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기고 차량과 대형 컨테이너까지 급류에 휩쓸리는 영상이 확인됐다.

태풍 상륙 전 24시간 동안 세부시 일대에는 183㎜의 폭우가 쏟아졌으며, 이는 해당 지역의 월 평균 강수량(131㎜)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세부 주지사 파멜라 바리쿠아트로는 "세부의 상황은 정말 전례 없는 수준"이라면서 “강풍이 위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물이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며 “홍수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다.

세부시에서는 어린이 두 명의 시신이 발견됐으며, 구조대는 여전히 고립된 주민들을 수색 중이다. 인근 레이테주에서는 한 고령의 주민이 자택의 위층에서 익사한 채 발견됐다. 보홀주에서는 나무에 맞아 숨진 남성도 확인됐다.

기후 전문가들은 기후 온난화로 인해 태풍이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따뜻해진 해양은 태풍의 급속한 강화에 영향을 주며, 대기 중 수증기량 증가로 폭우가 심화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9월 말 발생한 규모 6.9의 지진으로 인해 임시 텐트촌에 머물던 수백 명의 주민들도 이번 태풍으로 인해 강제 대피했다. 필리핀 당국은 갈매기의 경로에 있던 주민 약 40만 명을 사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한편, 필리핀 군은 이날 오후 북부 민다나오섬에서 태풍 피해 복구를 지원하던 군용 헬리콥터가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슈퍼 휴이 헬기는 부투안시로 향하던 중 사고를 당했으며, 생존자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필리핀은 매년 평균 20개의 태풍이 상륙하며, 빈곤층이 밀집한 재난 취약 지역에 반복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 말까지 3~5개의 태풍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갈매기라는 태풍 이름은 한국의 바닷새 갈매기에서 빌려왔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