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아세안 FTA 3.0 공식 서명…美 관세 방어·공급망 확대

전기차, 태양광 등 9개 분야 협력 격상…美 원산지 규정 강화할 수도

리창 중국 총리(앞줄 왼쪽)와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앞줄 오른쪽)가 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세안-자유무역협정(FTA) 3.0 서명식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2025.10.28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중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11개국과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의 협력 수준을 높인 개정안(FTA 3.0 버전)에 서명하며 전기차, 태양광 등 전략 산업의 교역 확대에 나섰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신화통신,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 아세안은 이날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의 참석 하에 FTA 개정안에 공식 서명했다.

리창 총리는 서명식에서 "우리의 발전은 큰 리스크와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협력을 통해 정당한 권리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아세안과의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FTA 개정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공격이 본격화한 직후인 올해 5월 협상이 마무리됐다.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FTA가 기존 협정을 '업그레이드'하고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공동으로 지지한다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 협정은 2005년 발효된 기존 FTA를 기반으로 디지털, 녹색 경제 등 9개 분야를 중심으로 관세 인하와 무역 절차 간소화를 포함한다. 중국은 농업, 디지털 경제, 의약품 등 분야에서 아세안과의 시장 접근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중국은 이번 FTA 개정을 발판 삼아 전기차, 태양광 등 주력 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해 아세안 지역에 생산 거점을 늘리고 역내 공급망을 확장할 수 있다. 중국이 동남아를 통해 미국 등 주요 시장의 관세 장벽을 우회하려는 전략을 더욱 공고히할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관세 이후 동남아시아 지역으로의 중국산 제품 수입은 급증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중국 수입액이 전년 대비 19% 증가했으며, 대중 무역적자 역시 74% 늘었다.

하지만 중국의 행보에 대해 미국은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 가능성을 경계하며 동남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미국은 향후 원산지 규정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여 중국산 제품이 아세안을 경유해 미국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