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인니 구리 광산, 생산 중단 선언…구릿값 사상 최고 근접

톤당 1만300달러 돌파해 사상 최고가 1만1104.50달러에 근접

2015년 9월 19일 인도네시아 파푸아 동부 지역 티미카 인근 PT 프리포트(PTFI)의 그라스버그 구리·금 광산 복합단지 노천광에서 트럭들이 작업하고 있다. 2015.09.19. <자료사진>ⓒ 로이터=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 구리 광산에서 발생한 대규모 토사 유출 사고로 직원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된 가운데, 운영사인 미국 프리포트맥모란이 24일 공급 계약 이행 불가를 선언해 글로벌 구리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라스버그 광산은 세계 2위 규모의 구리 생산지로, 전 세계 생산량의 약 3%를 차지한다. 프리포트는 이번 사고로 인해 분기 구리 및 금 생산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공급 계약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며 불가항력 조항(force majeure)을 발동했다.

이 여파로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가격은 톤당 1만300달러를 돌파하며 2024년 5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인 1만1104.50달러에 근접했다.

BMO 캐피털 마켓의 분석가 헬렌 에이머스는 “이번 사태는 규모 면에서 매우 크다”며 “이미 공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프리포트 주가는 이날 17% 가까이 급락하며 5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구리 공급망은 잇따른 사고와 중단 사태로 흔들리고 있다. 5월에는 콩고민주공화국의 광산에서 지진으로 인한 침수 피해가 발생했고, 6월에는 칠레의 항만 및 제련소 운영 차질로 두 곳의 광산이 어려움을 겪었다. 7월에는 칠레 국영기업 코델코 광산에서 사망 사고로 일주일 넘게 작업이 중단됐다.

이처럼 공급이 줄어들었지만, 친환경 전환과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으로 구리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월가 주요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은 구리 가격이 각각 톤당 1만5000달러, 1만3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TD 시큐리티스의 상품 전략 글로벌 책임자 바트 멜렉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공급 부족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며 재고를 끌어다 수요를 맞춰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정제 구리 시장이 약 30만 톤의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 10년간 구리 광산 투자 부족의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광산업계는 과거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손실을 겪은 이후 긴축 재정을 유지해 왔다.

그라스버그 광산 사고는 이달 8일에 발생했다. 당시 약 80만톤의 진흙과 토사가 갑작스럽게 광산 내부로 유입되며 희생자가 나왔고 즉시 광산 운영은 중단됐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