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민 정서 타고 '네오나치' 활개…호주 "시위 주최·확산 개입"

이민반대 집회서 네오나치 조직원들 연설…나치 구호 외쳐

8월 31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반(反)이민 집회 '오스트레일리아를 위한 행진'(March for Australia)에서 시위대가 호주 국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2025.08.31. ⓒ 로이터=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호주 캔버라·시드니 등 주요 도시에서 잇따라 열린 반(反)이민 집회를 두고 호주 정부와 정치권이 네오나치 단체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주말 사이 호주 전국 도시에서 수만 명이 참여하는 반이민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그들을 돌려보내라", "침공을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호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시드니에서 열린 '오스트레일리아를 위한 행진'(March for Australia) 집회에 약 1만 5000명이, 친(親)팔레스타인 단체가 조직한 맞불 시위에 최대 3000명이 참석했다. 이외 다른 지역에서도 수천 명이 집회에 참석했다.

극우 반이민 정당 원 네이션의 당수 폴린 핸슨은 캔버라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해 연설했다. 다른 집회에서는 네오나치 단체 구성원들이 연설하고 "하일 오스트레일리아"(heil Australia)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애들레이드의 한 집회에서는 한 참석자가 데지 프리먼의 얼굴과 '자유인'(free man)이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기도 했다.

프리먼은 지난달 26일 아동성범죄 혐의와 관련한 수색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찾아온 경찰 2명을 살해하고 도주 중으로, 급진적 반정부 자주 시민권자 운동과 연관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에 대해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어디까지나 의혹일 뿐"이라고 밝혔다.

호주 정부는 이번 시위를 인종차별적이고 혐오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규탄했다.

앤 알리 호주 다문화담당 장관은 "인종차별과 민족중심주의에 뿌리를 둔 이런 유형의 극우 행동주의는 현대 호주에 설 자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알리 장관은 호주방송공사(ABC)와의 인터뷰에서도 "시위대 다수가 네오나치는 아니었지만, 집회는 네오나치가 조직했고 명백히 인종차별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야당 이민 담당 대변인 폴 스카 역시 "주요 도시 일부에서 네오나치들이 군중 앞에서 연설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사회적 결속과 관련한 우려를 자아낸다"고 말했다.

극우 극단주의 연구자 카즈 로스 박사는 "시위는 분산된 온라인 인플루언서 집단이 시작한 것으로 보이지만, 극우 성향 요소가 시위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다"며 "네오나치 단체들이 치솟는 생활비와 주택 부족에 대한 우려를 활용해 반이민 정서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로스 박사는 "제게는 그들(네오나치 단체)이 수천 명의 호주인들과 공공장소에서 성공적으로 만난 것으로 보인다. 아무도 그들을 집회에서 내쫓지 않았다"며 "매우 우려스럽다"고도 덧붙였다.

호주 국내 정보기관인 ASIO는 올 초 "민족주의 및 인종차별적 폭력 극단주의와 개인적 불만, 음모론, 반권위주의 이데올로기가 부추기는 극단주의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