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헌재, '자국군 험담' 패통탄 총리 파면…17년간 5번째 파면

헌재 "패통탄, 캄보디아 훈 센에 아첨하는 모습 보여…윤리 규정 위반"

29일, 태국 방콕에서 고위급 윤리 위반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앞두고, 직무 정지 중인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가 정부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그는 문화부 장관을 역임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그와 캄보디아 전 총리 훈 센 사이의 전화 통화 내용이 유출되면서 촉발됐다.2025.08.29.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최종일 선임기자 = 태국 헌법재판소가 29일(현지시간) 패통탄 친나왓(39) 총리를 파면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헌재는 판결문에서 패통탄 총리가 지난 6월 유출된 캄보디아 총리를 지낸 훈 센 상원의장과의 통화에서 아첨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헌법의 윤리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패통탄은 지난 6월 15일 캄보디아와 국경 분쟁이 진행되던 중 훈 센과의 통화에서 그를 "삼촌"이라고 부르고 , 캄보디아 접경 지역을 담당하는 태국군 제2군 사령관을 "반대편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후 통화 내용이 유출되자 패통탄은 "협상 전략의 일부"라고 해명하다 결국 사과했다. 그러나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고, 보수 성향의 상원의원들은 통화 내용에 대한 조사를 헌재에 요청하며 총리가 헌법상 요구되는 청렴성 및 윤리적 기준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판결이 나올 때까지 패통탄에 대한 직무 정지를 요청했고, 법원은 지난달 1일 이를 받아들였다.

패통탄은 지난 17년간 헌재가 파면한 다섯 번째 총리다. 그의 아버지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는 지난 2001년 집권했으나 2006년 미국을 방문하던 중 발생한 쿠데타로 권력을 잃고 15년간 해외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이후로도 도시 빈민층과 농민 등을 지지 기반으로 삼은 탁신가는 왕실과 군부 등 지배 엘리트 계층을 옹호하는 보수 세력과 계속 갈등을 이어 왔다.

패통탄의 파면으로 태국에서는 정치적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태국 헌법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총선에서 총리 후보로 지명된 후보자들만이 총리직에 출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 전에 주요 정당들이 지명한 후보자 9명 가운데 4명은 자격이 박탈됐다. 나머지 5명 가운데 2명은 여당인 프아타이당이 꺼리는 인물이며, 1명은 소속 정당의 지지를 현재 받지 못하고 있고, 1명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선거 개최가 해결책처럼 보이지만, 현재 권한 대행인 품탐 웨차야차이 부총리 겸 내무부 장관​이 총선을 실시할 수 있는지 아니면 의회에서 승인한 총리만이 투표를 실시할 권한을 가졌는지 명확하지 않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