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아들 '잠수이별'로 떠들썩한 인니…이면에는 '화교차별'?
SCMP "소수민족 희망 상징했던 커플…이별에 정치적 이유 의심"
- 이우연 기자
(서울=뉴스1) 이우연 기자 = 인도네시아 대통령 아들이 연인과 '잠수 이별'했다는 소식이 현지 소셜미디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공인의 아들이지만 개인사에 불과한 연애사가 세간의 관심을 받는 데에는 인도네시아 내 화교를 둘러싼 갈등을 드러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8일(현지시간) 이들의 결별 소식이 중국계인 화교가 전체 인구의 2%도 안 되는 인도네시아에서 인종 간, 종교 간 관계에 새삼 스포트라이트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 막내아들 케상 팡아릅(26)은 5년 전 싱가포르에서 공부할 당시 만난 동갑내기 펠리시아 티슈와 장기간 사귀었다.
이달 펠리시아 어머니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들의 결별 사실을 알렸다. 케상이 딸에게 결혼하자고 요청했고 두 사람은 결혼할 것으로 보였지만 지난해 12월 갑자기 모든 연락을 끊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연인이라는 것은 다민족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는 독특한 상징으로 작용한다. 케상은 인도네시아의 주류인 자바족 무슬림이지만, 펠리시아는 인도 내 소수민족인 중국계이자 기독교 신자라는 점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내 화교에 대한 차별의 역사는 깊다. 군부 독재자 수하르토 전 대통령은 집권 기간(1966~1998년) 화교 억압 정책을 펼쳤고, 1998년에는 소수의 부를 독점한 화교를 대상으로 한 약탈과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자바족이 중국계와 연애를 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면서, 이 커플은 다양성과 소수 민족의 희망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고 SCMP는 말했다.
특히 2014년 취임 이후 국민 통합을 강조해온 조코위 대통령의 '다원주의' 이미지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이들이 결혼까지 했다면 파급력은 더욱 컸을 전망이다. 2000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무슬림 중 1%만이 다른 종교 신자와 결혼했을 정도로 이슬람교도와 다른 종교 신도와의 결혼은 금기로 여겨진다.
이번 결별을 두고 정치적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까지 나오는 이유다.
민족 간 통합을 강조해온 조코위 대통령은 강경파 이슬람교에 의해 비판받아왔고, 중국계에다가 무슬림도 아닌 며느리를 받아들이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다만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가설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펠리시아의 큰오빠는 "케상이 펠리시아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결혼에 동의했다고 말하는 것을 (케상이 보낸) 동영상 메시지에서 봤다"며 "관계를 끝내는 것은 (아버지가 아닌) 케상의 결정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결별이 인도네시아에서 인종과 종교 간 분열을 보여주는 불편한 진실임은 틀림없다고 SCMP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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