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사정권인데도…日 엔화 안전통화인 이유

"막대한 日 해외투자 자산 위기시 본국송환 압력"
"北 위험 감안하면 스위스프랑이 진짜 안전자산"

일본 엔화 지폐. ⓒ AFP=News1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북한과 미국간 긴장 고조에 따라 일본 엔화가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9일(현지시간) 뉴욕거래에서 달러는 엔화에 대해 0.27% 하락한 110.02엔을 기록했다. 장중에는 109.56엔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괌 미군기지 미사일 타격을 검토하고 있다는 북한의 위협에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 가치는 6월 중순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그러나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사정권 안에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엔화의 안전통화 지위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라고 9일(현지시간) CNBC가 지적했다. 북미간 대치 상황이 가속화된다면 일본 역시 북한의 타격이 될 수 있는데도 엔화의 이같은 지위는 어딘가 모순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은 일본의 개인과 기관 모두 순해외투자 비중이 유달리 높은 데서 기인한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일본의 해외 직접투자 잔액이 159조1950억엔에 이르고 주식이나 채권 같은 포트폴리오 투자 잔액은 452조 9170억엔에 달한다.

일본 매크로어드바이저의 오쿠보 타쿠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의 자산을 해외에 투자하고 있는 일본의 투자자들에게 엔화가 아닌 외화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환율 변동성에 노출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등 어떤 위험이 고조되면 그들은 리스크 축소를 원할 것이고, 이는 해외 투자 비중을 줄인다는 의미"라며 이에 따라 해외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일본으로 들어오면서 엔화 매수세가 유입되고 이것이 엔화 강세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는 순채권국이긴 해도 금융기관들은 해외자본에 의존하기 때문에 일본 엔화와 같은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하지만 일본이 군사적으로 북한의 타깃이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자금이 빠져나와 엔화로 유입되는 것은 여전히 논리적으로 타당한 반응은 아닐지 모른다.

마이클 에브리 라보뱅크그룹 금융시장 리서치 대표도 "이는 전통적인 조건반사적 반응인데,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보더라도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과 일본을 잠재적 분쟁지역으로 볼 때 유로와 스위스프랑이 보다 안전한 선택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제스퍼 콜 위즈덤트리 일본 대표도 "엔화는 결코 안전자산이 아니다"며 "글로벌 매크로 투기자들이 리스크 포지션 축소에 따라 단기 차입금을 상환하는 가운데 엔 캐리트레이드가 되감기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최근 북한 리스크가 과거에 비해 한층 더 심각하다면서 "변화의 핵심은 미국 행정부가 회유와 다자간 해결을 모색하기보다는 대립과 위협을 좋아하는 정권으로 교체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저스투자자문의 에드 로저스 CEO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달러와 엔의 행보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며 현 외환시장 흐름을 달리 해석했다. 그는 "일본은 미국과 함께 북한 미사일의 주요 타깃 중 하나인데 왜 안전자산인가"고 반문하면서 북한 리스크 보다는 오히려 트럼프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미 법무부의 수사 상황을 비롯한 다른 뉴스들이 엔화와 다른 안전자산들에 행보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적 시각에서 일본 경제지표는 괜찮은 상태를 지속하고 있으며 현재 떨어지고 있는 부분은 아무것도 없다"며 "온건한 회복세가 앞으로 계속된다면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엔화 강세 이유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답일 될 수 있다"고 말했다.

baeb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