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모프 사후 우즈베키스탄 어디로…차기 권력 불투명

 이슬람 카리모프 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 AFP=뉴스1
이슬람 카리모프 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26년간 우즈베키스탄을 철권 통치한 이슬람 카리모프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향후 우즈벡의 권력 향방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BBC는 4일(현지시간) "카리모프의 장례식이 3일 열렸으나 그의 죽음과 차기 지도자는 누가 될 것인지 등 우즈벡의 미래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많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 우즈벡 정부의 침묵

소비에트 연방 시절인 1990년 대통령으로 선출된 뒤 수차례 임기를 연장한 끝에 헌법까지 바꿔 종신직 대통령에 등극한 카리모프의 사망설이 흘러 나온 것은 지난달 28일 그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정부의 공식 발표 나온 직후다.

우즈벡 정부는 당시 카리모프의 병세와 관련 구체적 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켰다.

다음날인 29일에는 카리모프의 막내딸인 로라 카리모바 틸레야바가 인스타그램에 "아버지가 뇌출혈을 일으켜 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같은날 중앙아시아 독립 언론 페르가나뉴스는 웹사이트에 카리모프가 사망했다고 처음 보도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본사를 두고 있는 페르가나뉴스는 카리모프가 현지시간으로 29일 오후 3시~4시께 사망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우즈벡 정부는 익명의 정부 고위관계자와 카리모프 가족 측근을 통해 보도를 부인했다.

우즈벡 정부가 카리모프의 사망을 공식 발표한 것은 2일 밤이다. 이미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 등 일부 국가 지도자들이 카리모프가 별세했다며 애도를 표한 뒤였다.

일각에서는 우즈벡 정부가 카리모프의 죽음과 관련한 내부 쿠데타 발발설 등 추측을 억제하기 위해 발표를 최대한 늦춘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의 발표에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카리모프의 사망을 둘러싼 의문은 가시질 않고 있다.

우즈벡 정부는 카리모프가 입원했다고 발표한 지난달 28일부터 러시아 '부르덴코 신경외과연구소'소속 알렉산더 포타포프 박사 등이 우즈벡 현지에서 사망한 2일까지 치료했다고 밝혔으나 포타포프 박사는 이미 8월 31일 러시아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BBC는 전했다. 카미로프 치료에 참여했다는 또다른 러시아 의사는 아예 우즈벡으로 간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도 했다.

올가 골로데츠 러시아 부총리도 우즈벡 대통령의 치료와 관련 어떤 공식 요청도 받은바 없다고 밝혔다.

한때 카리모프 행정부에 몸담았던 전직관료는 BBC에 "현 권력층은 대통령 사망이 공식 발표되기 전 잠재적 후계자를 명확히 하는 것을 원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3일 카리모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열린 사마르칸트 레기스탄 광장.ⓒ AFP=뉴스1

◇ 차기 권력은 어디로…3달 내 대선 치러야

우즈벡 헌법은 대통령이 사망하거나 공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선거가 열리기 전까지 상원의장이 임시로 대통령 대행을 맡아 3달 내로 대선을 치러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직 대통령 대행이나 차기 대선과 관련 정부의 공식 입장 발표는 없었으나 러시아 크렘린궁은 카리모프에 대한 블라미디르 푸틴 대통령의 애도 서한을 전달하면서 "상원의장 겸 니그마틸라 율다세프(53) 대통령 권한대행"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율다셰프 의장은 사마르칸트에서 전날 열린 카리모프 장례식에서 주요 역할을 맡지 않았고 장례식장에 온 외국 지도자들과 만남 자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카리모프의 뒤를 이어 권력을 쥘 유력한 인물로는 장례식에서 카리모프의 관 옆에 나란히 선 샵카트 미르지요예프(59) 총리와 루스탐 아지모프(57) 부총리가 꼽힌다. 이들은 오랫동안 카리모프의 잠재적 후게자로 거론돼왔다.

이번 장례식에서 장례위원장을 맡은 미르지요예프 총리는 2003년부터 13년간 총리를 맡아 우즈벡 최장기 총리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우즈벡 농업의 핵심 분야 가운데 하나로 국제사회에서 아동 노동 착취 비판을 받고 있는 면화 생산을 담당하고 있으며 러시아 고위층과도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국내에서 평가는 인색하다. 만년 2인자로서 '머리보다 주먹'이라는 돌쇠형 평가가 뒤따른다.

카리모프가 사망한 현재, 실질적 권력은 카리모프의 철권 통치를 뒷받침해온 루스탐 이노야토프(71) 국가보안국장이 쥐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노야토프 국장은 한때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된 카리모프의 장녀 굴나라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집권 동안 반대세력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카리모프의 사망 소식에 "우즈베키스탄은 새로운 역사의 장을 시작하게 됐다"며 미국은 파트너로서 통치, 안보, 모든 시민들의 권리 등에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baeb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