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디'하고 '스웨그' 넘치는 여행지 찾고 있나요

[겨울에 떠난 홍콩 ①] 올드 타운 센트럴
즐기니까 청춘이다. 걷고 먹고 마시는 여행

편집자주 ...겨울에 홍콩을 가는 여행자들이 많다. 선선한 가을 날씨에 거리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들어서고 건물엔 눈이 휘둥그레질 조명 장식으로 가득하다. 특히 매일 밤 빅토리아 항구에서 펼쳐지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가 연말이면 더욱 화려해진다. 옥상 조명 건물 2개가 추가되고 음향 효과가 보강된 것. 올해 마지막 날엔 그 화려함의 정점을 찍을 카운트다운 행사도 열린다.

홍콩 올드타운 센트럴 지역. 이하 홍콩관광청 제공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홍콩이 얼마나 근사한 도시인지 알고 싶다면 올드 타운 센트럴로 가야 한다.

이곳이야말로 '트렌디'(trendy)하고 '스웨그'(swag)에 넘치며 홍콩의 유명인들이 돌아다니는 곳이다.

'올드 타운 센트럴'이라는 이름 그대로 이 지역은 홍콩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서 깊은 동네다. 영국의 통치가 시작되고 홍콩이라는 도시가 탄생한 이래, 그 짧고 드라마틱한 역사의 흔적이 길목마다 고스란히 남았다.

올드 타운 센트럴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

하지만 홍콩의 젊은이들에게 이곳은 그저 도시에서 가장 멋진 놀이터다. 150여년 전 중국인 거주지였던 필 스트리트는 이제 힙스터들이 모이는 수제 맥주 펍으로 더 유명하다.

고프 스트리트에는 19세기 쑨원이 다녔던 학교가 있었지만, 지금은 감각적인 디자인 숍과 활기찬 다이파이동(홍콩식 노천 식당)이 발길을 이끈다. 올드 타운 센트럴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식과 문화, 아트가 번성해온 지역이었고, 그 위상은 지금도 변함없다.

이곳에는 과거와 미래, 전통과 유행, 중국식 사원과 패션 브랜드 아르마니에서 운영하는 바가 사이좋게 공존한다. 그 혼란스러운 풍경은 꽤 멋지다. 도시의 가장 새로운 멋은 가장 낡은 풍경으로부터 태어나기도 한다.

올드 타운 센트럴에는 저마다 매력적인 골목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하지만 길을 잃거나 자칫 지쳐버릴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올드 타운 센트럴의 반경은 도보로 20분 안쪽이다. 넓지 않은 지역에 트렌드가 총집합한 셈이니 여행자들에게는 오히려 축복이다.

게다가 이곳에는 마법의 계단이 있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세계에서 가장 긴 옥외 에스컬레이터'답게 올드 타운 센트럴의 가장 중요한 거리를 빠짐 없이 지난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에스컬레이터에 오르기만 하면 아무 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홍콩의 가파른 지형도, 비 오는 날의 고단함도 더는 골칫거리가 아니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목적지 바로 앞까지 여행자의 걸음을 배웅한다. 건물과 직접 이어지는 통로도 많다.

에스컬레이터 양쪽으로 이어지는 홍콩 특유의 풍경들 역시 근사하다. 이곳이야말로 도보 여행자의 천국인 셈이다.

올드 타운 센트럴에서는 지나치게 엄격한 계획표를 만들지 않는 게 낫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여정의 중심으로 삼고, 발길 가는 대로 골목 골목을 돌아보는 것이 가장 즐겁다.

타이콴

얼마 전 문을 연 타이콴의 컨템포러리 갤러리에서 홍콩 아티스트의 전시를 느긋하게 구경해보는 건 어떨까.

타이콴은 광둥어로 '큰 집'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감옥을 뜻하는 은어와 다르지 않다. 란콰이퐁과 소호 사이 드넓은 블록 하나를 통째로 차지한 타이콴은 원래 '센트럴 경찰서'(Central Police Station)였다.

IFC 몰에 자리한 스타벅스 리저브 스토어

이곳에선 세계적인 체인의 커피 브랜드도 남다르다. IFC 몰에 있는 스타벅스 리저브 스토어에선 지난 4월부터 커피뿐 아니라 수제 맥주와 와인을 판매한다.

맥주는 홍콩의 맥주 양조장과 협업해 특별한 풍미의 두 종류로 출시했고, 와인은 레드 와인 4종, 화이트 와인 3종, 이탈리아산 스파클링 와인으로 구성했다.

올드타운 센트럴에서 괴로운 것을 꼽자면 식당을 고르는 시간이다. 세련된 레스토랑부터 허름한 국수 가게까지, 올드 타운 센트럴에는 홍콩 최고의 맛집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그 누구라도 선택에 갈림길에 선다.

더 라운드하우스의 비어캔 치킨

수제 맥주 펍에서 홍콩 멋쟁이들 사이로 슬쩍 끼어들어 보는 것도 즐겁다.

특히 수제 맥주와 바비큐의 향연을 맛보고 싶다면 더 라운드하우스(The Roundhouse)가 제격이다. 유쾌한 분위기와 전 세계의 수제 맥주, 쫄깃하고 기름진 '비어캔 치킨'으로 유명한 펍(Pub)이다.

바 안쪽의 탭에서 26종의 신선한 맥주를 따를 수 있고, 더 라운드하우스의 주인은 '맥주 소믈리에'라고도 볼 수 있을 비어 저지(Beer Judge)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다.

메르세데스 미

저녁엔 특별한 칵테일 바를 가보자. 자동차와 칵테일의 매력적인 공존하는 메르세데스 미(Mercedes Me)가 있다. 독일 자동차 브랜드 메르세데스 벤츠와 홍콩의 레스토랑 그룹 맥시멈 콘셉트의 협업으로 탄생한 다이닝 라운지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왼쪽에는 F1 하이브리드 '레이스 카'(경주용 차)가, 오른쪽에는 대리석과 청동으로 장식한 칵테일 바가 눈에 들어온다.

대표 칵테일은 모두 벤츠를 좋아했던 역사적 인물이나 관련 사건으로부터 이름을 땄다.

여행자의 직감과 튼튼한 두 다리가 새로운 길로 인도하는 가운데, 올해 겨울 한 번쯤 들러봐야 할 레스토랑과 바, 갤러리와 숍을 떠올렸다. 올드 타운 센트럴에서 온종일 먹고 마시고 걸으며 느긋하게 즐겨 보자. 당신도 이 새롭고 오래된 동네에 반하게 된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