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가장 복고적인 명소는 어디?…삼수이포
쇠락한 산업공장 예술가 군락 재탄생
-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홍콩 여행에서 '쇼핑'과 '야경'만 즐기고 왔다면 홍콩의 반의 반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지하철인 MTR을 타고 주룽(구룡)반도 깊숙히 '삼수이포'로 들어서면 현란한 도심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삼수이포는 홍콩에서 아직 개발되지 않은 구시가시 중 한 곳. 홍콩 예술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는 문화 허브이자 관광명소다.
이곳엔 1980년대까지 공장들과 공공기관들만이 줄지어 있었다. 하지만 90년대 중국의 개혁 개방이 본격 추진되면서 제조공장의 생산시설은 중국으로 이전됐고, 옛 공장건물들과 법원 등 공공기관들은 예술촌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3월엔 오래된 거리 상점들의 셔터를 화려한 색감의 그림들로 칠한 '셔터아트'(Shutter Arts) 프로그램이 진행돼 관광객들에게 역동적인 홍콩의 모습을 선사한 바 있다.
먼저 폐공장에서 홍콩 예술가들의 군락으로 재탄생한 곳이 청록색 외관으로 멀리서도 눈에 띄는 자키클럽 크리에이티브 아트센터(Jockey Club Creative Arts Center·JCCAC)다.
JCCAC가 자리한 곳은 1950년대 사회주의를 떠나 중국에서 홍콩으로 이주한 난민들을 수용했던 판자촌이었다. 1953년 심한 화재로 53만 가구의 판자촌이 소실되면서 이듬해 홍콩 최초의 공공임대주택이 설립된 곳이었고, 1970년대까지 섬유산업이 중심이었던 공업단지였다.
1977년 지어진 건물은 과거 인쇄소와 플라스틱 제조업체들이 모여 있던 공장으로, 4년 동안 개보수를 거쳐 2008년 홍콩 정부에 의해 지금의 JCCAC로 변모했다.
자키클럽은 우리나라의 마사회 같은 곳으로 홍콩이 영국령이었던 1876년부터 자선기금 조성을 위해 경마를 시작했다. 현재는 경마, 복권, 스포츠 토토 등 3가지 사업권을 가지고 운영한다. 수익의 77%를 사회복지기금과 자선기금으로 투명하게 사용하고 있다.
JCCAC도 자키클럽이 공업단지 빌딩을 인수해 저렴한 임대료로 예술인들에게 창작공간을 제공하고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층별 엘리베이터 앞 복도를 중심으로 예술가들의 기지와 유머가 넘치는 설치작품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과거 북구룡 법원 건물은 현재 미술과 디자인 과정을 전문으로 하는 대학(SCAD-Savanah Colleage of Art & Design)으로 변모했다.
SCAD는 홍콩 캠퍼스 외에 미국과 프랑스에 캠퍼스를 두고 있으며, 온라인 교육 플랫폼도 운영한다. 아름답게 보존된 대학건물은 웅장한 '네오 클래식' 건축물로 지어졌다.
역사적인 건물 재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법정도 원형 그대로 둔 것이 특징이다. 감옥도 보존했으며 법정 공간엔 원래의 문, 프레임, 벽 패널, 천장 패널과 계단이 그대로다.
2011년엔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 문화유산 보전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다. 현재 일일투어를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받고 있다. 투어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두 번, 매월 세 번째 토요일에 가능하다.
도심 외곽에 자리한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이 관광명소로까지 이름난 데는 적극적인 마케팅의 힘이 크다.
JCCAC는 매월 작가들의 활동 영역을 발표하고 지하철인 MTR역에 소식들을 담은 간행물을 집중적으로 배치하며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 홍보활동에도 적극적이어서 젊은 세대들의 관심도 늘고 있다.
도심에선 다소 떨어져 있지만 홍콩 현대 미술의 현주소를 대중들이 확인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매력이 넘친다.
삼수이포를 찾는다면 역에서 5분 거리의 YHA 메이호 하우스 유스호스텔(YHA MEI HO HOUSE)에서 숙박해 보자. 메이호 하우스 유스호스텔은 정부가 1953년 대형화재참사로 살 곳을 잃은 시민들을 위해 1954년 처음으로 지은 'I-H' 구조의 공공주택이었다.
구조적으로 'H' 블록은 긴 선형 형태와 연속적인 난간으로 구성된 모더니스트 건축 스타일에 속한다. 최적의 구조 설계 및 시공의 세부적인 접근 방법으로 최단 시간 내에 화재 참사의 희생자에게 거주공간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반영했다.
현재는 홍콩정부 유관부서의 도시보존·재생 프로젝트로 유스호스텔로 재탄생 해 유일하게 남아있는 H 구조의 현대건축물의 상징이다.
24시간 안내 데스크, 무료 와이파이(Wi-Fi) 서비스, 장애인용 편의시설, 여행 가방 보관서비스가 제공되며 가격은 5만원부터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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