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우울한 요즘, 사모아(Samoa)로 떠나라
언제나 행복한 남태평양의 보물섬
- 윤슬빈 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기자 = 아침저녁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졌다. 국민들을 분노와 상실감으로 사로잡히게 만드는 연이은 보도들에 추위까지 더해지면서 잠시나마 이 나라를 뜨고 싶은 심정인 이들이 한 둘이 아닐터.
기존에 알고 있는 남국의 나라들의 사진을 찾아보며 대리만족 중이라면 또 하나의 나라도 추가로 검색해보자.
남태평양의 보물이라 불리는 사모아(Samoa). 생소한 이름의 이곳은 피지, 통가, 바누아투 등의 아름다운 섬나라들과 비행기로 약 1시간 이내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비행시간은 10시간 정도로 생각보다 멀지 않다. 직항이 있는 곳은 호주, 뉴질랜드를 제외하면, 피지뿐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 때문에 피지로 떠나는 여행객들이 서울에서 제주도로 여행 가듯 두 곳을 연계해서 떠나는 이들도 많다.
체류비용도 주변 나라인 피지, 바누아투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프랑스령인 타히티, 뉴칼레도니아에 비하면 거의 1/10 수준이다.
세계적인 여행잡지인 론리플래닛이 선정한 ‘남태평양에서 가장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는 나라’에 뽑힌 바 있다. 사모아 전통가옥인 팔레(코코넛 잎과 줄기로 지은 오두막집)에 묵으며 시내나 마을에서 음식을 사 먹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다면 하루에 30달러로 충분히 여행이 가능해 주머니가 가벼운 배낭여행객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물론 에어컨이 딸린 호텔에 묵으며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차를 빌려 돌아다니면 하루에 60달러 정도 든다. 물론 영화에 나오는 남태평양의 분위기에 젖어들고 싶다면 하루에 150달러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인종, 문화, 자연환경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사모아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자.
사모아는 크게 둘로 나뉜다. 보통 사모아라 불리는 곳은 서 사모아(West Samoa)로, 10개 섬으로 이뤄진 독립국이다. 동 사모아(East Samoa)는 미국령이어서 아메리칸 사모아(American Samoa)라 부른다. 같은 인종, 문화, 언어를 쓰는 두 섬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다른 나라다. 사모아가 독일, 뉴질랜드 식민지를 거쳐 1962년에 독립을 쟁취한 반면, 아메리칸 사모아는 미국령으로 남는 것을 선택했다. 두 섬 간의 비행거리는 고작 30분이지만, 시차는 24시간이 벌어져 있다.
사모아는 오세아니아 대륙에 속한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북동쪽으로 약 4000㎞ 떨어져 있다. 날짜변경선에 인접해 있어 지구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기도 하다.
다른 남태평양 섬들에 비해 적도와 가까워 일조량이 많아 일년내내 꽃과 풀이 무성하다. 수도 아피아의 팔레올로 공항에 내려 시내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데,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수목원이나 정원이라 착각 할 만큼 잘 가꾼 꽃과 나무들이 흐드러진 마을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사모아는 폴리네시아(Polynesia) 문화권이 시작되는 입구로, 폴리네시안의 심장이라는 별명이 있다. 폴리네시아는 하와이·프렌치폴리네시아·뉴질랜드·이스터섬(칠레)을 아우르는 넓은 문화권으로, 폴리네시아인의 특징은 키가 크고, 피부색이 밝으며 직모 또는 약간의 곱슬기가 특징이다. 폴리네시아인 사회는 대부분이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피라미드 식 위계구조를 기반으로 하며, 공유지와 공동소유 개념을 가지고 있다.
통치자는 마나(Mana)라고 부르는 영험한 종교적 힘을 갖고 있다고 믿고, 부족사람들은 지도자를 신격화 하며 기꺼히 지배를 받는다. 폴리네시아인들은 주요 생계 활동으로 감자와 빵나무 재배와 같은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폴리네시아인들은 수천 년간에 걸쳐 천천히 태평양 도서에 자리 잡았지만, 일단 정착하고 나서는 그들의 본국과 연락이 끊어져 더 이상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는 특징을 갖는다.
사모아 역시 엄격한 피라미드식 위계질서로 사회가 운영된다. 웬만한 범죄는 부족 안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경찰의 역할이 미미하다. 화합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파 사모아 (Fa’a Samoa)’ 정신 때문에 범죄율 자체가 매우 낮은 이유기도하다. 독일, 뉴질랜드 외에는 바깥 세계와 교역이 많지 않았던 터라 전통문화도 잘 보존돼 있다.
두 번의 식민 경험을 겪었지만 전쟁을 해본 적이 없다. 남성들만 놓고 보면, 통가, 피지에 비해 사모아 남자들은 매우 가정적이고 말도 행동도 부드럽고 상냥한 편이다. 사모아에서는 집안 일을 비롯해 모든 힘들고 어려운 일들은 다 남자들의 몫이다. 아직도 과거에 지열로 음식을 익히던 방식인 우무(Umu)요리를 자주 해 먹기 때문에, 땅을 파고 돌을 달구는 '험한 일'인 요리도 남자들의 몫이다. 식사를 할 때도 어른이 가장 먼저 먹고 상을 물리면 여자와 아이들이 먹는다. 그 후에 남성들이 마지막으로 음식을 먹는다. 물론 어른과 약자를 보호하고 사랑하는 질서에 따른 문화긴 하지만, 남자들은 참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남자들을 몇 년 정도 이주시켜서 고생 좀 해보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질서가 잘 잡혀 있고 평온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이 곳에 여행을 왔다가 이주를 결심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났다. 특히 예부터 많은 예술가들이 사모아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소설가 서머싯 몸은 타히티를 배경으로 한 소설 ‘달과 6펜스’뿐 아니라 사모아에서 영감을 받아 단편소설 ‘레드’를 썼다. 조슈아 로건 감독은 고전 뮤지컬 ‘남태평양(South Pacific)’의 모티브를 사모아에서 얻었다고 한다. ‘지킬 앤드 하이드’, ‘보물섬’저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생의 마지막 6년을 사모아에서 보냈다.
사모아에 사는 한국인은 0.5명이다(?). 아버지가 한국인인 제리 브런트(Jerry Brunt) 사모아 총영사가 우스갯소리로 한 이야기다. 몇 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사모아에 정착한 한국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바로 옆에 미국령인 아메리칸 사모아가 있기 때문인데, 사모아가 원양어선 기지였던 한때 무려 3000명 이상이 거주를 하기도 했다. 지금은 300명 정도의 교민이 있다.
박재아 사모아 관광청 지사장은 “요즘 같이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라는 소설 제목이 와 닿을 때 평온한 파라다이스를 꿈꾸기 마련이다”며 “전통과 질서, 무엇보다 상식이 살아있는 있는 청정자연 사모아로 떠나 최초 한국인 거주자로 역사에 기록되고 싶은 욕심도 생길만큼 매력 있는 나라다”고 전했다.
▲사모아에 가려면?
인천국제공항에서 피지 난디국제공항까지 대한항공이 직항편을 주3회 (화, 목, 일) 운항한다. 피지에서 사모아의 아파이까지는 피지에어웨이스가 주5회 운항하며, 비행시간은 약 1시간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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