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경질' 도로공사 최악 결말…우승·이미지 다 놓치고 '빈손'

챔프전 앞두고 '대행 체제'…정규 1위에도 무기력한 스윕패
김종민 감독 '폭행사건' 부담에 비상식 결정…허무한 준우승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친 한국도로공사. (KOVO 제공)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사실상 감독을 경질했던 한국도로공사의 '무리수'는 결국 최악의 결말을 낳았다. 우승 트로피도, 구단의 이미지도 챙기지 못한 채 허무하게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도로공사는 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6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GS칼텍스에 세트 스코어 1-3(15-25 25-19 20-25 20-25)으로 패했다.

홈에서 열린 1, 2차전에 이어 3차전까지 내준 도로공사는 3패로 준우승에 그쳤다.

도로공사는 올 시즌 가장 강력한 팀이었다.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와 강소휘의 쌍포를 앞세운 공격력, 리베로 문정원을 필두로 한 수비력, 김세빈과 이지윤, 배유나가 버티는 중앙까지 안정된 전력을 과시했다.

정규리그 내내 선두 자리를 지킨 도로공사는 24승12패(승점 69)로 1위를 차지하며 챔프전에 직행했다. 2위 현대건설과 3위 GS칼텍스, 4위 흥국생명까지 어느 팀이 올라와도 도로공사가 큰 우위를 점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돌발 변수'가 도로공사의 발목을 잡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변수는 도로공사 스스로가 만들었다.

도로공사는 현대건설과 GS칼텍스의 플레이오프 기간 김종민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계약기간이 3월 말까지인데,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서 4월에 열리는 챔프전을 김영래 수석코치의 '대행 체제'로 치르겠다는 것이었다.

김종민 감독이 같은 구단 소속이던 A코치 '폭행 사건'에 얽혀 있는 것이 이유였다. 검찰은 지난 2월 말 김 감독 사건을 약식 기소한 상태다.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호텔리베라청담에서 열린 프로배구 진에어 2025-2026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이 각오를 밝히고 있다. 2026.3.20 ⓒ 뉴스1 오대일 기자

도로공사로선 불미스러운 일에 얽힌 감독과의 동행이 불편했을 수 있다. 모기업이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이미지'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팀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끈 감독을 내치고 '대행 체제'로 챔프전을 치르는 것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김 감독의 사건은 이미 지난 시즌이 끝난 직후 고소가 접수됐지만 도로공사는 계약 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아무런 조치 없이 동행을 이어왔다. 정규리그가 끝난 뒤 열린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까지 참석하게 한 뒤 이런 결정을 내렸기에 더더욱 비상식적으로 비쳐졌다.

김 감독을 경질하는 과감한 결단도, 법정 공방이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리는 배짱도 아닌 애매한 결정은 결국 오랜만에 온 우승의 기회까지 놓치게 했다.

한국도로공사 김영래 감독대행이 1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포스트시즌 여자 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 1차전 GS칼텍스와 한국도로공사의 경기에서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KOVO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4.1 ⓒ 뉴스1

김영래 수석코치 역시 김종민 감독과 함께 팀을 이끌어왔지만, '수석코치'의 역할과 감독의 역할은 엄연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김영래 대행은 챔프전을 앞두고 김종민 감독에게 훈련 상황 등을 보고하고 '피드백'도 받는다고 밝혔지만, '선장'이 부재한 배는 빠르게 가라앉았다.

주포 모마의 집중력이 떨어질 때도, 세터 이윤정의 토스가 흔들릴 때도 이를 잡아줄 사람은 없었다. 전력상 우위에 체력적인 이점까지 가지고 챔프전을 시작했지만, 도로공사는 준플레이오프까지 거친 GS칼텍스를 상대로 단 한 경기도 잡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패했다.

우승의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핸디캡'을 안고 시작해 맥없는 준우승으로 마무리한 도로공사의 이번 시즌은, 많은 팬들에게 분노와 상처를 남겼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