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 겸장에 캡틴 리더십까지…정지석, 대한항공 '왕조' 재건 핵심
시즌 앞두고 한선수에 주장 물려받고 코트 안팎 영향력
대한항공, 정지석 부상 때 최대 위기…복귀 후 '상승 기류'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공수 겸장'에, 선수단을 아우르는 리더십까지. 대한항공이 2년 만에 왕조 재건의 기틀을 마련한 데엔 '캡틴' 정지석(31)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13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6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에 1-3(25-22 19-25 23-25 20-25)으로 패했다.
이로써 대한항공(23승11패·승점 69)은 남은 2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현대캐피탈(21승14패·승점 66)을 따돌리고 정규시즌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게 됐다.
대한항공은 2020-21시즌부터 2023-24시즌까지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한 뒤 지난 시즌 삐끗했다. 정규시즌 3위에 머물렀고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프전에 올랐으나 현대캐피탈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던 대한항공은 올 시즌 다시 정규시즌 1위에 오르며 '왕조' 재건의 기틀을 마련했다.
올 시즌을 앞둔 대한항공의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감독 교체보다도 '주장 교체'였다. 무려 10년 동안 대한항공의 '캡틴'이었던 세터 한선수가 완장을 정지석에게 물려준 것이었다.
어느덧 불혹을 넘긴 한선수는 선수 역할에 집중하기 위해 주장직을 내려놓았고, 10년 만에 바뀌는 대한항공 새 주장으로 정지석이 낙점되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고교 졸업 후 곧장 프로에 진출한 정지석은 2013-14시즌부터 대한항공 한 팀에서만 뛰었다.
또 빠르게 기량을 성장시켜 V리그를 대표하는 '공수 겸장' 아웃사이드 히터로 자리매김했다. 대한항공이 오랜 시간 정상을 지킬 수 있었던 데엔 '넘버원 세터' 한선수에 더해 정지석의 굳건히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 시즌에도 정지석의 기량은 여전했다. 그는 현재까지 득점 11위, 오픈공격 6위, 서브 7위, 퀵오픈 4위, 리시브 8위 등으로 공수 양면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주장으로서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어느덧 30대가 된 정지석은 위로 한선수와 유광우, 곽승석, 김규민 등 선배들, 아래로 정한용, 임동혁, 김민재, 김선호 등 후배들 사이를 조율하며 팀을 이끌었다.
한선수도 "(정)지석이가 주장 역할까지 하느라 쉽지 않을 텐데 잘해주고 있다"면서 "나 역시 팀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새 주장을 도와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정규시즌 대한항공의 흐름을 봐도 정지석의 컨디션이 팀 전체에 영향을 주는 모습이었다.
올 시즌 대한항공이 최대 위기를 맞이한 건 정지석이 발목 인대 부상으로 이탈한 작년 12월말~올 1월이었다. 안 그래도 부상 선수들이 많던 대한항공은 정지석의 이탈에 공수 모두 휘청였고 현대캐피탈에 턱밑까지 쫓겼다.
대한항공이 리베로 이가 료헤이 대신 아웃사이드 히터 이든 게럿을 영입한 것도 이때였다. 정지석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그리고 정지석은 예상보다 빠르게 팀에 복귀했다. 올스타 휴식기 직전인 1월20일 한국전력전에서 돌아왔고, 대한항공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정지석은 주포 카일 러셀이 흔들릴 땐 '공격 1옵션'으로, 수비가 흔들릴 땐 '준 리베로'로 나섰고, 모든 '톱니바퀴'가 잘 맞아떨어질 땐 2옵션이자 팀의 핵심 리시버로 나섰다. 정지석이 이 역할을 맡을 때 대한항공의 전력은 가장 강해진다.
또 블로킹과 서브, 토스까지 모든 부문에서 제 역할을 해내고, 승부처에서 집중력도 강해지는 모습이다. '배구 도사'라는 칭호가 부족하지 않은 기량이다.
이미 여러 차례 우승의 맛을 봤지만, 정지석은 캡틴의 자리에서 다시 한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는 각오다. 대한항공 역시 10년간 주장이었던 한선수가 물러난 이후, '정지석 체제'에서 또 한 번 우승을 차지한다면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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