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배구' 좌절에도 괜찮아…'시즌 10승' 페퍼, 활짝 웃을 수 있는 이유
창단 후 3시즌 연속 만년 꼴찌…매 시즌 감독 조기 교체 결말
장소연 감독 지휘봉에 조직력↑…창단 첫 '탈꼴찌'도 노려볼만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봄배구'는 사실상 좌절된 상황이지만, 그래도 웃을 수 있다. 지난 3시즌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반등을 시작한 페퍼저축은행은, 느린 성장도 반갑기 그지없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19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5 V리그 여자부 정관장과의 홈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1 25-23 25-13)으로 완승했다.
경기가 끝난 순간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은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장소연 감독과 코칭스태프들도 활짝 웃으며 승리를 자축했고, 광주 홈팬들 역시 뜨거운 함성을 보냈다.
정규시즌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페퍼저축은행의 성적은 10승19패(승점 30)다. 승보다 패가 2배 가까이 많고, 순위는 7개 팀 중 6위다. 3위 정관장(20승9패·승점 55)과의 격차가 25점 차까지 벌어져 남은 7경기를 모두 이겨도 '봄 배구'는 불가능하다.
전형적인 하위 팀의 성적이지만, 그 대상이 페퍼저축은행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페퍼저축은행의 지난 3시즌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창단 후 3시즌 '3승-5승-5승' 한자릿 수…가장 큰 적은 '패배의식'
지난 2021년 여자부 '제7구단'으로 뛰어든 페퍼저축은행은 창단 후 3시즌 간 부동의 꼴찌를 도맡았다. 첫 시즌인 2021-22시즌은 3승(28패), 2022-23시즌과 2023-24시즌은 각각 5승(31패)에 그쳤다. 승률이 1할 내외에, 6위와도 큰 격차를 보이는 압도적 꼴찌였다.
성적 부진에 따른 감독 교체는 매 시즌 '연례행사'와도 같았다. 초대 사령탑인 김형실 감독이 유일하게 한 시즌을 다 마쳤지만 2번째 시즌 초반에 자진 사퇴했고, 2023-24시즌을 앞두고 선임한 아헨 킴 감독은 개막 전 스스로 물러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이후 급하게 데려온 조 트린지 감독 역시 2023-24시즌을 채우지 못한 채 계약 해지됐다.
현재 사무국장 역할을 맡고 있는 이경수 당시 코치는 두 번이나 감독대행직을 소화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된 장소연 감독까지 3시즌 간 정식 감독만 4명이다. 페퍼저축은행의 저조한 성적에 팀 상황이 얼마나 어지러웠을지를 가늠하게 한다.
2022-23시즌엔 외국인 선수 니아 리드의 '대마 젤리' 논란, 지난 시즌 막판엔 선후배 선수들 간 '괴롭힘 논란'까지 불거지는 등 배구 외적인 논란도 계속됐다. 가뜩이나 약한 전력에 선수단 결속력도 떨어지니 도무지 성적이 날 수 없었다.
올 시즌 역시 전망이 밝지는 않았는데, 개막 이후의 모습을 보면 확실히 이전 3시즌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초보 감독이긴 하나 여자 배구 레전드인 장소연 감독의 역할이 컸다.
장 감독은 선수들을 다독이고 보듬으며 조직력을 가다듬는 한편,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패배 의식'을 지우는 데 힘을 기울였다.
박정아와 이한비 등 고참급 선수들도 다시 한번 힘을 내며 선봉에 나섰고, 테일러 프리카노와 장위 등 외국인 선수들도 어느 때보다 좋은 기량을 보여줬다.
이런 가운데 팀 내 '유망주'로 기대하던 세터 박사랑과 아웃사이드 히터 박은서가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준 것 역시 반갑다.
그 결과 페퍼저축은행은 올 시즌 무기력한 팀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여전히 전력 차가 나기에 패배가 많지만, 이전처럼 힘도 써보지 못하고 패하는 경기는 현저히 줄었다. 2위 현대건설, 3위 정관장을 상대로 각각 2승씩을 거두는 등, 흥국생명을 제외한 모든 팀에게 승리의 맛을 보기도 했다.
◇ 장소연 감독의 빛난 리더십, 시즌 첫 두자릿수 승리 챙겨…내친김에 5위 어때?
그런 가운데 창단 이래 첫 '시즌 10승'을 기록했다는 것은 큰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페퍼저축은행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올 시즌보다 내년 시즌을 더욱 기대할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당장 올 시즌도 '동기부여'는 충분하다. 후반기 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는 GS칼텍스(7승22패·승점 24)와의 경쟁에서 앞서 최하위를 면하는 것이 첫 번째고, 내친김에 5위 이상으로 순위를 끌어올리는 것도 노려볼 만하다.
현재 5위 한국도로공사(10승18패·승점 30)와는 승점까지 같지만 세트 득실률에서 밀려있고, 4위 IBK기업은행(12승17패·승점 37)을 따라잡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다음 시즌 이후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선, '승리의 맛'을 최대한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한 페퍼저축은행이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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