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12명 다 쓰는 라바리니, 철저한 분석과 준비가 만든 '4강'

김연경 "모든 선수들이 언제든 뛸 생각하고 준비"

스테파노 라바리니 배구 대표팀 감독이 4일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8강 대한민국과 터키의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21.8.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도쿄=뉴스1) 이재상 기자 = 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은 경기 중에 엔트리에 포함된 12명의 선수를 모두 활용한다. 주전들만 코트를 밟는 게 아니다.

상황에 따라 그에 적합한 선수를 기용하는데, 그렇게 때문에 선수들도 언제든 부름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철저히 준비하고 대비한다. 한국 여자배구가 9년 만에 올림픽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힘이다.

대표팀 주장 김연경은 터키와의 8강전(3-2 승)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오늘도 전 선수가 출전했다"면서 "매 경기, 모든 선수가 출전한다. 그게 다르다. 선수들도 언제든 뛸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긴장하고 준비한다. 덕분에 '원팀'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라바리니 감독은 굉장히 꼼꼼하다. 선수 교체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김연경 등 주축 선수들로만 경기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상황별로 교체 선수를 적절히 활용하며 효과를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박정아가 흔들리면 표승주가 들어가고, 서브가 좋은 안혜진이나 박은진 등을 적재적소에 기용하고 있다. 경기에 나가지 않는 선수가 그저 웜업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약속된 타이밍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게 한다.

4일 터키전에서도 4세트 초반 흐름이 넘어가자 안혜진, 정지윤, 박은진 등 젊은 선수들을 투입해 분위기를 바꿨다. 5세트에 깜짝 선발로 들어간 박은진은 결정적인 서브로 터키 리시브를 흔들며 승리에 일조했다. 단순한 감이 아니라 라바리니 감독, 세자르 코치 등의 철저한 분석이 만든 힘이었다.

터키전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라바리니 감독은 '중요한 서브 상황에서의 선수교체'에 대해 질문하자 거의 대부분의 선수 이름을 언급하며 세세히 설명했다. 말이 너무 길어서 옆에서 통역하던 자원봉사자가 미처 다 적지 못할 정도였다.

그는 "김수지는 서브가 강한 선수인데 블로킹이나 어택은 더 전략적으로 나가야 했고, 김희진은 최고의 서버다. 박정아는 실수를 하지만 기술적인 면이 좋고, 한일전에서는 김희진의 에너지가 평소만큼 나오지 않아 안혜진으로 (서브를)대체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정지윤, 박은진 등을 어떻게 기용하는지 꼼꼼하게 전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긴 설명을 한 라바리니 감독은 "누가 서브를 넣는지는 상대에 따라, 경기마다 달라진다"고 했다.

배구 김연경을 비롯한 선수들이 4일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8강 대한민국과 터키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대2로 승리를 거둔 후 4강 진출을 의미하는 숫자 4모양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8.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번이 3번째 올림픽인 베테랑 센터 양효진은 라바리니 감독을 향한 신뢰를 나타냈다. 그는 "감독님이 비디오를 엄청 보면서 하나하나 가르쳐 주는 스타일"이라며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이 알려준 대로 실천하면 박자도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감독의 주문이 너무 많아 '귀에서 피가 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농 섞인 질문에 양효진은 "VNL에서는 솔직히 힘들었는데 그것을 겪고 나니 개인적으로 얻은 게 많았다"며 "세상에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없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웃었다.

자신의 지도철학을 확실하게 선수들에게 전달한 라바리니 감독도 태극낭자들과 함께 높은 곳을 바라보며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다.

라바리니 감독은 "선수들 모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믿고 임하면 더 멀리 갈 수 있다"며 "선수들 스스로 해법은 손에 쥐고 있다. 우리는 (선수들에게)도움을 줄 뿐이다. 항상 고맙다"고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라바리니 감독의 지도력이 더해지면서 '원팀'으로 똘똘 뭉친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45년 만에 다시 시상대에 오르는 꿈을 꾸고 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이 29일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21.7.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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