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진흙탕 안 들어가"…'풍비박산' 축구협회장 후보 '실종'

축구협회, 압수 수색에 성접대 파문까지 최악으로
정작 '정몽규 시대' 끝났는데 명망 있는 후보 잠잠

경찰이 6일 오전부터 충남 천안에 있는 대한축구협회 사무실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구 대한축구협회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대한축구협회 사무실의 모습. 2026.8.6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가만히 있어도 감정 컨트롤이 쉽지 않은 폭염인데 축구계가 국민들의 '분노 게이지'를 높이고 있다. 축구협회 임직원과 대표팀 사령탑을 대상으로 청문회가 열리고 축구협회 사무실 압수 수색이라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도 부족해 과거 외국 심판들에게 협회 법인카드로 성접대했다는 경악할만한 사실도 공개됐다.

더 놀랄 게 있을까 싶은 대한축구협회가 바닥을 뚫고 계속 추락하고 있다. 어쩌면 실망할 일이 또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개혁과 쇄신을 바라는 축구팬들의 염원과 달리 새 시대를 열어줄 적임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6일 JTBC는 대한축구협회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과 2012 런던 올림픽 최종예선 그리고 친선경기 등 총 7경기에서 외국인 심판 10여 명에게 '성 접대'를 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협회는 서울과 창원, 울산 등에서 안마 업소 비용 수십만 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는데 2012년 2월 쿠웨이트와 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 2011년 9월 오만과 2012 런던 올림픽 예선, 2012년 3월 카타르와 런던 올림픽 예선 경기 일정과 맞물린다.

축구협회 측은 "15년 전 불미스러운 일이었다. 현재는 높아진 사회적 기준에 맞춰 더욱 철저한 내부 관리 지침을 마련해 준수하고 있다. 법인카드 사용도 내부 통제와 관리 감독을 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는 클린카드를 적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중들에게는 과거의 일이 아닌 축협의 여러 문제 중 또 하나일 뿐이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2026.7.30 ⓒ 뉴스1 국회사진기자단

송두리째 뒤엎고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게 축구계 안팎의 중론이다. 그래서 K-축구혁신위원회를 중심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차기 회장 선거 작업에 기대를 거는 이들이 적잖다. 소위 '체육관 선거 시대'를 끝내고 선거인단 규모도 크게 늘리려하는 등 변화는 시작됐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마땅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예전 축구협회장 선거 때에는 자천타천 후보군에 많은 이름이 오르내렸다. 명망 있는 기업인과 정치인도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정몽규 시대'를 끝내고 새 출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지금은 오히려 잠잠하다"고 전했다.

그는 '정씨 일가 독점' '현대가 전유물' 등 국민적 비난을 지켜본 상황에서 선뜻 다른 기업인이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했다. 오랜만에 '축구인 축구협회장'이 예상되는 흐름이다. 하지만 대중이 원하는 이는 고사하고 의지를 보이는 이는 탐탁지 않은 분위기다.

한 프로축구 관계자는 "박지성이나 이영표 등 대중적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은 젊은 축구인들은 선을 긋고 있다. 겉으로는 '그릇이 아니다' 겸손하게 거절하지만 이면에는 굳이 진흙탕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지 않겠는가"라면서 "시대는 참신한 인물을 원하는데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축구인은 그 얼굴이 그 얼굴"라고 우려의 뜻을 전했다.

박지성 K-축구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이 27일 서울시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K-축구 혁신위원회 4차 회의 브리핑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2026.7.27 ⓒ 뉴스1 권현진 기자

K-축구혁신위원회나 축구협회는 올해 안에 신임 회장을 뽑아야한다는 쪽에 뜻을 모으고 있다. 선거제도 확정과 후보 등록 등 절차를 감안하면 아직 여유는 있다. 그래서 차라리 새 시대를 이끌어갈 적임자를 찾아가 설득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축구 관계자는 "축구협회 시스템은 붕괴됐고 축구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역시 완전히 무너졌다.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상황에서 축구판을 새로 꾸릴 능력과 책임감 있는 이를 찾아야하는데 쉽진 않아 보인다"고 현실을 짚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큰 위기다. 개인적으로는 축구인들이 뜻을 모아 회장 적임자라 생각하는 이를 찾아가 읍소라도 했으면 싶다. 기업인이든 축구인이든 배경이 중요한 게 아니다"면서 "많은 이들이 욕심내던 축구협회장 자리가 '폭탄 돌리기'가 돼버린 것 같다. 최선의 인물을 찾는 선거가 아닌 최악을 피하기 위한 선거가 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