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기 같은 전술·가동되지 않은 플랜B…결국 감독의 '총체적 부실'
고지대 적응 성공했으나 장기 합숙·무더위에 발목
-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과달라하라=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2026년에도 한국 축구에게 월드컵의 벽은 높았다. 저 멀리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은 차치하고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고 있는 '단골손님'이 됐지만 여전히 수준 차이가 났다.
철저히 준비한 대회다. 지난 실패를 되새겨 보다 나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각 파트별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완벽한 준비'가 있겠냐마는 그래도 '소홀함이 없었다'는 내부 평가가 나왔을 정도로 단단히 준비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모든 게 '준비한대로' 펼쳐지지 않고 늘 돌발 변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실패로 끝난 2026 북중미 월드컵은 그 '현장 대처'가 아쉬움으로 남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여정이 조기에 마감했다. 이제 막 토너먼트(32강) 첫 경기가 시작되는 29일 대표팀은 귀국길에 오른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홍명보호는 체코와의 1차전에서 1-2 역전승을 거두면서 산뜻하게 출발했다. 멕시코와의 2차전도 나쁘지 않았다. 비록 골키퍼와 수비수의 호흡 미스로 실점, 0-1로 석패하기로 했으나 개최국과의 대결임을 감안하면 선전이었다. 이 2경기가 펼쳐진 곳이 모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으로, 1570m에 위치한 경기장이다.
대표팀은 대회 조 추첨이 끝난 뒤 성패의 열쇠를 '고지대 적응'으로 꼽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많은 전문가들과의 미팅을 통해 자문을 구했고 사전캠프도 환경이 유사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진행했다. 효과는 있었다.
1차전서 체코 선수들보다 체력도 스피드도 앞섰던 한국은 먼저 실점하고도 뒷심을 발휘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그네들의 안방인 멕시코 선수들과의 움직임도 큰 차이 없었다. 사전캠프부터 긴 시간 '고지대 적응'에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전혀 다른 환경에서 펼쳐진 남아공과의 3차전이 발목을 잡았다.
남아공전이 열린 몬테레이는 과달라하라의 쾌적한 날씨와 달리 아주 무덥고 습했다. '역대급 졸전'이라는 지적이 쏟아진 0-1 패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현격하게 느려진 선수들의 몸놀림이다. 뛰지 못하는 것인지 뛰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과 함께 대표팀은 무기력하게 졌다.
더위를 먹은 것이든 컨디션 조절 실패든, 미리 준비한 것과 달라진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고 즉흥적인 대처도 부족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48개국 체제로 치러지는 첫 월드컵과 함께 경기와 경기 사이가 멀어진 것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표팀은 선수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족과의 만남도 추진하고 개개인의 자유시간을 충분히 보장하는 등 정신건강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하지만 1차전보다 2차전의 집중력이 흐트러졌고 비겨도 32강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에서 펼쳐진 남아공전은 선수도 팬들도 '멘붕'에 빠졌다.
경기 중 전술 변화와 상황 대처가 부족했다는 질타 역시 같은 맥락이다. 고집스럽게 밀어붙인 스리백은 어느 정도 성공한 1, 2차전에서 플랜A로 역할을 다했다. 하지만 남아공전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고 특히 0-1로 끌려가고 있는 상황임에도 플랜B가 가동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가 컸다.
아직 세계적인 수준과의 격차가 있는 한국 축구이기에 다른 나라들보다 더 많이 준비해야한다. 다행히 '준비를 통한 자신감'은 여느 대회보다 컸다. 그러나 철저한 준비는 그저 기본일 뿐이라는 것을 느낀 시간이었다.
10가지 상황, 100가지 조건을 준비해도 다른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준비하는 경우를 더 늘리든, 아니면 현장에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한다. 감독도 선수도 스태프도 마찬가지다. 아직 우린 갈 길이 멀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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