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2002·2014·2026…축구인 홍명보의 기구한 '12년 주기'

2014 브라질 대회 이어 2026 북중미 월드컵도 실패
"결과 책임지고 사퇴…한국축구 다시 사랑 받기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열린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에서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2026.6.29 ⓒ 뉴스1 박지혜 기자

(과달라하라=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견인했을 때까지는, 홍명보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하고 사랑받던 축구인 중 하나였다. 선수로도 지도자로도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 이후는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홍명보만큼 처절한 실패, 차가운 시선을 받은 이도 없다.

대중의 사랑과 비난 사이를 오가는 것이 숙명과도 같은 직업이지만 축구인 홍명보처럼 롤러코스터를 탄 이도 드물 것이다. 그 굴곡진 주기가 '12년'마다 크게 요동쳤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홍 감독은 29일 오전(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에 위치한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축구를 사랑하고 대표팀을 응원해주신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난 오늘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역대 최상의 멤버, 최고의 조편성이라는 기대 속 치른 북중미 월드컵은 기대와 달리 최악의 성적으로 끝났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열린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날 홍명보 감독은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26.6.29 ⓒ 뉴스1 박지혜 기자

홍명보호는 체코와의 1차전에서 1-2 역전승을 거뒀으나 2, 3차전에서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연거푸 0-1로 패하며 1승2패 3위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이후 3위로 32강에 진출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따지며 다른 조 상황을 살폈으나 결국 최종 탈락했다. 그 기다림이 더 초라했다.

홍명보 감독은 "내가 내린 판단이 다 옳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모든 판단의 기준은 '한국 축구를 위해서'였다"며 "하지만 감독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오늘은 그 어떤 설명보다는 책임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그렇게 그의 두 번째 월드컵도 실패로 끝났다.

홍 감독은 2014년 브라질 대회 때 지도자로 처음 월드컵에 도전했으나 1무2패에 그친 뒤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26년 북중미 대회에서 다시 한번 월드컵 무대에 나섰으나 또 고배를 마셨다, 그때보다 더 쓰다. 스스로는 아쉬움이 더 컸을 과정이다.

홍 감독은 체코와의 1차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와 "무척 기쁘다. 선수 시절 월드컵에서 12년 만에 첫 승을 거뒀는데 지도자로도 12년 만에 첫 승을 올렸다"며 웃었다.

선수 홍명보의 첫 월드컵은 1990년 이탈리아 대회였다. 오랜 동반자 황선홍과 함께 대학생 신분으로 최종 엔트리에 올라 월드컵을 경험했다. 이후 1994 미국, 1998 프랑스 대회에 빠짐없이 출전했던 현역 마지만 월드컵이던 2002년 대회 1차전 때 폴란드를 꺾고 첫 승의 감격을 누렸는데, 지도자로도 12년이 걸렸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7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6.6.28 ⓒ 뉴스1 박지혜 기자

선수 시절 월드컵은 영광이면서 공포였다. 스스로 "(늘 지고 실패했으니)월드컵에 나가는 것이 두려웠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그래도 선수 홍명보의 끝은 해피엔딩이었다. 12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거둔 첫 승리가 도화선이 된 2002 월드컵은 4강이라는 믿기지 않는 신화로 남았다. 하지만 감독으로는 같은 코스를 밟지 못했다.

북중미 대회 1차전에서 12년 만에 지도자 첫 승의 한을 풀었을 때, 어쩌면 현역 시절처럼 드라마틱한 전개가 펼쳐지진 않을까 생각도 했겠으나 결말은 또 실패였다.

홍 감독은 "이번 대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 묵묵히 헌신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면서 "대표팀 감독직은 내려놓지만 한국 축구를 위한 마음은 내려놓지 않겠다. 한국 축구가 다시 응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고개 숙였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