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터는 옌스라더니…이태석 깡다구, 왼쪽수비 구도 바꿨다 [월드컵]

체코전 왼쪽 윙백 선발…장신들과 과감한 몸싸움
아버지 이을용 이어 월드컵 '父子 출전' 이정표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이태석이 11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돌파를 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대한민국이 체코를 상대로 2-1로 승리했다. 2026.6.13 ⓒ 뉴스1 임세영 기자

(과달라하라=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체코와의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선발 명단에서 가장 의외였던 인물은 왼쪽 윙백 이태석이었다. 아무래도 체코의 부담스러운 높이를 떠올리면, 그리 크지 않은(174cm) 이태석이 과연 힘겨루기를 할 수 있을까 물음표가 붙었다. 결과적으로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당시 이태석은 후반 24분 엄지성과 교체 아웃될 때까지 왼쪽 측면에서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주며 공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190㎝들이 즐비한 체코 장신 선수들과의 공중볼 경합을 위해 몸을 내던지던 투혼은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이태석은 왼쪽 측면 수비 자리를 놓고 사상 첫 '외국 태생 혼혈' 월드컵 대표인 옌스 카스트로프와 경쟁하고 있다. 공격적인 성향이나 파이터 기질은 옌스가 더욱 우위라는 평가였는데, 이태석의 '깡다구'가 못지않다.

체코전 왼쪽 윙백은 홍명보 감독이 꽤 고민했을 자리다. 냉정하게 말해 옌스도 이태석도 확실한 신뢰는 주지 못했다. 다만 옌스가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진행된 평가전에서 '깜짝 스타' 이기혁과 함께 왼쪽에서 꽤 좋은 호흡을 보여줬기에 그 선택을 이어가지 않을까 예상했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이태석이 11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헤딩으로 볼을 걷어내고 있다. 이날 경기는 대한민국이 체코를 상대로 2-1로 승리했다. 2026.6.13 ⓒ 뉴스1 임세영 기자

하지만 홍 감독은 이태석 카드를 빼들었다. 그리고 이태석은 자신의 월드컵 데뷔전을 훌륭하게 마쳤다.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전방에 찬스를 제공했고 원래 자신 있던 크로스도 날카로웠다. 더 인상적인 것은 수비적인 측면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체코는 상대적으로 신장이 작은 이태석-이기혁(184cm) 왼쪽 라인 쪽으로 공중볼을 자주 투입했다. 분명 '높이'로 누르겠다는 심산이었다.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선택이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는데, 이태석의 '투지'를 계산에 넣지 못한 탓이다.

이태석은 정확한 위치 선정 그리고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는 점프로 거구들과의 제공권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적어도 절반 정도는 우위를 보였고, 자신의 머리에 공이 닿지 않더라도 악착같이 방해해 상대가 편안하게 공을 따내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충격이 심할 정도로 강하게 충돌하고 땅에 떨어져도 벌떡 일어나 또 달렸다.

마냥 정신력의 승리라고 볼 수도 없다. '큰물'에서 뛰면서 과거에 비해 확실히 힘이 붙은 이태석이다. 그는 K리그 포항스틸러스와 대표팀 활약을 발판으로 2025년 8월 오스트리아리그 아우스트리아 빈에 입단, 유럽 무대를 누비고 있다.

이을용, 이태석 부자 인터뷰. 2022.4.29 ⓒ 뉴스1 박세연 기자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태석이 승선했을 때 아버지 이을용은 "아빠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게 조심스럽긴 하지만, 오스트리아로 나간 이후로는 그래도 좀 성장한 것 같다"며 "체력도 좋아졌고 힘도 붙은 것 같다. 아무래도 큰 무대에 나가면 보이는 것이 달라지는데, 시야도 넓어진 것 같다"고 칭찬한 바 있는데 그 달라진 힘을 체코전에서 잘 보여줬다.

체코전 출전으로 이태석은 아버지의 대를 이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2번째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지금껏 부자(父子)가 월드컵에 출전했던 것은 차범근-차두리 부자가 유일했는데, 이을용-이태석이 새로운 페이지를 만들었다. 벤치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입지도 달라졌다.

체코전 활약으로 이태석은 19일 오전 10시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펼쳐질 멕시코와의 A조 조별리그 2차전 출전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기혁으로 인해 '깜짝 활약'에 대한 주목도가 덜하지만 아버지 버금가는 투지를 불태운 이태석도 충분한 조명이 필요하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