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 흔치 않은 ‘8년 동행’…긴 호흡으로 함께 성장한 부천과 이영민

부천, 이 감독과 다시 연장계약 체결…2028년까지
2021년부터 팀 이끌면서 창단 후 첫 승격 견인

이영민 부천FC 감독이 8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 수원FC와 부천FC의 경기에서 수원FC에 3대 2로 이기며 승격을 확정 지은 뒤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2025.12.8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프로축구팀 감독 자리는 불안하다. 구단이나 팬이 원하는 성적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가차 없이 경질의 칼이 향한다. '파리 목숨' '모기 목숨'이라는 씁쓸한 표현이 등장하는 것도 그래서다.

기본적으로 계약 기간이 2~3년으로 길지 않은데, 약속된 기간을 다 채우는 것도 쉽지 않다. 재계약 소식은 가뭄에 콩 나듯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전해진 부천FC와 이영민 감독의 3번째 연장계약 발표는 신선하고도 반갑다.

부천FC1995는 지난 4일 "구단 창단 첫 K리그1 승격을 이끈 이영민 감독과 연장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시점에서, K리그1 무대로 올라와 단 1경기만 치를 시점에서 발표된 결정이다. 이 감독은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2028시즌까지 부천의 지휘봉을 잡는다.

구단은 "이번 계약은 지난 5년 동안 팀을 이끌며 창단 첫 K리그1 승격이라는 역사적 성과를 거둔 이 감독에 대한 구단의 두터운 신뢰가 반영된 결과"라며 "안정적인 지도 체제 아래 K리그1 무대에서도 구단의 지속성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라고 전했다.

부천FC가 이영민 감독과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부천 제공)

부천FC와 이영민 감독의 첫 만남은 2020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K리그2 시즌을 마친 부천은 2020년 11월19일 "이영민 감독 체제로 2021년을 준비하기로 했다"며 "부천은 당장의 성적보다 유소년과 젊은 선수 육성으로 경쟁력 있는 구단을 만들기 위한 운영 철학을 세웠다. 이에 올해까지 울산 유소년 총괄디렉터를 맡았던 이 감독이 유소년 육성에 대한 경력과 이해가 높다고 판단,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부천은 일희일비하지 않았고 구단의 신뢰 속 이영민 감독도 정해진 방향대로 차근차근 팀을 만들어 나갔다. 눈앞의 성적보다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어린 선수들을 중용해 안재준, 조현택 등 뚜렷하게 성장하는 재목도 키워냈다.

이런 기조 속 부천은 계속 재계약을 체결해 이 감독에게 힘을 실었다. 2022년 7월 부천은 "이영민 감독 부임 후 2년 동안 구단이 점점 좋아지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팀을 더 탄탄하게 만들 수 있는 적임자"라며 2년 연장 계약을 발표했다.

이 감독은 2022시즌과 2023시즌을 연속 5위로 마무리,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고 부천 구단은 2024년 2월 새 시즌 출정식에서 다시 이 감독과의 2년 연장계약 체결했다.

당시 이 감독은 "짧지 않은 3년이라는 시간동안 노력해온 것들을 바탕으로 이제는 부천과 함께 더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새로운 각오를 덧붙였는데, 결국 2025년 K리그2 3위와 승강 플레이오프 승리로 창단 첫 1부 승격이라는 꿈을 이뤘다.

긴 호흡으로 함께 발전하고 있는 부천FC와 이영민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현역 시절 이영민은 철저한 무명이었다. 국가대표는 고사하고 프로 무대에서 단 1경기도 뛰지 못한 선수였다. 하지만 지도자 이영민은 다르다. 이정효라는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가 워낙 열풍을 일으키고 있어서 주목이 덜할 뿐 이영민 감독을 향한 호평도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시즌이 끝나면서 몇몇 구단이 이영민 감독 영입을 타진했는데, 영입하려던 팀 입장에서는 안타깝게도 부천이 승격에 성공하며 입맛을 다셨다.

모든 종목이 비슷하지만, 특히 많은 인원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축구는 '팀'으로서의 완성도를 갖추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조바심에 2년조차 기다려주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각각의 팀들 상황과 전력이 달라, 모두가 우승을 목표로 삼을 수 없음에도 똑같이 '성적'으로만 판단하는 잣대도 옳지 않다. 부천FC의 긴 호흡은 그래서 인상적이다.

좋은 지도자들이 너무 쉽게 소비되고 사라진다는 푸념이 들리는 대한민국 축구계 풍토에서 이영민 감독이라는 감독이 계속 성장했다는 것도 반가운 대목이다. 좋은 지도자가 많아져야 한국에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