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중원, 방치된 45분…홍명보호, 황인범만 기다리면 곤란하다

홍명보호, 11월 A매치 2연승으로 2025년 마무리
결과 잡았으나 황인범·백승호 빠진 중원 운영 숙제

홍명보호가 11월 A매치에서 모두 승리했다. 하지만 경기력은 썩 좋지 않았다. 특히 황인범의 빈자리가 티 많이 났다.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중원의 핵이자 전술적 구심점 황인범이 소집되지 못하고, 황인범 만큼 경험 많은 백승호까지 부상을 당했을 때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상황은 결국 현실이 됐다.

11월 A매치 2연전에 나선 홍명보호의 허리는 부실했다. 중심이 잡히지 않자 공격은 답답했고 수비 조직력은 흔들렸다. 허리 문제를 풀지 못하면 월드컵에서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본선에서 만날 상대들은 볼리비아와 가나보다 강할 확률이 높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와의 2025년 마지막 평가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후반 18분 이강인의 환상적인 크로스를 과감하게 쇄도하며 머리로 밀어 넣은 이태석의 선제골이 이날 결승골이었다.

가나를 꺾으며 대표팀은 A매치 3연승으로 2025년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파라과이전과 11월14일 볼리비아전을 모두 2-0으로 이긴 대표팀은 가나전까지 무실점 승리를 챙겼다.

포트2 사수를 위해 무엇보다 결과가 중요했던 일정이고 캡틴 손흥민의 말처럼 지금은 경기력이 다소 좋지 않아도 어떻게든 이기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했다. 그에 부합하는 결과를 낸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 하지만 내용적인 아쉬움은 분명 남았다.

김진규가 2경기에서 나름 좋은 움직임을 보였다. 홍명보 감독으로서는 중원의 확실한 플랜B를 마련해야한다. ⓒ News1 황기선 기자

포백을 가동한 볼리비아전, 스리백으로 되돌아간 가나전 모두 중원이 허술했다. 축을 잡아주는 조타수가 보이지 않으니 좀처럼 경기를 풀지 못했다. 특히 2경기 모두 전반전은 허송세월 45분이었다.

가나전 중원에는 권혁규와 옌스 카스트로프가 나왔다. 완전히 새로운 조합이었다. 다분히 도전적인 실험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발 맞춰본 시간이 부족한 두 선수의 호흡은 매끄럽지 않았다. A매치 데뷔전이던 권혁규는 물론이고 옌스 또한 경험이 많지 않은 탓인지 과감한 움직임에는 주저했다. 옌스는 서툰 패스 미스도 많았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두 선수를 모두 빼고 김진규-서민우를 투입한 것은 빠른 판단이었다. 전반전 상대 움직임을 지켜보고 필드를 밟은 두 선수는 원활하게 움직이면서 경기를 컨트롤했고, 창의력 있는 시야와 패스력을 가진 김진규가 전방으로 양질의 패스를 뿌리면서 어느 정도 맥이 뚫렸다. 홍 감독 역시 "전반전은 만족스럽지 않았으나 그래도 후반에는 바라는 그림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볼리비아전도 전반전은 애를 먹었다. 당시 김진규와 원두재가 중앙 듀오로 출격했는데 예상보다 강했던 볼리비아의 압박에 허둥댔다. 다행히 후반 12분 손흥민의 프리킥 선제골로 여유가 생긴 뒤 달라졌다. 김진규의 날카로운 패스가 이어졌고 원두재도 서서히 수비에 안정감을 불어 넣는 등 장점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나중에 만회하긴 했으나 2경기 모두 중원의 불안을 노출한 경기다. 특히 전반전 45분은 방치된 느낌이었다. 전방에 공이 투입되지 못하면 손흥민도, 오현규도 우리 쪽 골문만 바라봐야한다. 수비도 불안해진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기 초반 실점이라도 나왔다면 뭔가 해보지도 못한 채 무너질 수도 있다.

황인범이 건강하게 잘 뛰는 것이 최상이다. 하지만 그것만 바라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 News1 김명섭 기자

물론, 중앙 미드필더는 많은 능력을 갖춰야하는 포지션이다. 킥도 좋고 시야도 넓고 체력도 뒷받침돼야한다. 화려하진 않으나 가장 많은 공수 센스를 요구하는 위치다. 한국 대표팀은 늘 걸출한 미드필더 부재에 애를 먹었다. 오래도록 '기성용 파트너 찾기'가 숙제였고, 지금 '황인범 짝'을 고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황인범이 건강하게 자리를 지키고, 그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선수가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그러길 바라는 마음과 별개로 대비는 해야 한다. 주축 선수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가 너무 차이나면 좋은 팀이 아니다. 부상이 발생할 수도 있고 경고 누적으로 인한 누수도 생길 수 있다.

월드컵 본선까지 이제 7개월 남았다. 적합한 선수가 뚝 떨어지거나 솟구칠 리 없다. 이미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보았다. 황인범과 누군가가 짝을 이뤘을 때 가장 효과적인지, 만약 황인범이 없을 땐 어떤 조합이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는지 반드시 답을 찾아야한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