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역할' 극대화 조건…오현규·조규성 경쟁력 높여라
무게감 있는 공격수 있어야 손흥민 효율성 높아져
상승세 오현규, 부상 회복 조규성 시너지 발휘해야
-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미국메이저리그사커(MLS)로 무대를 옮겨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LA FC)은 여전히 축구대표팀에 꼭 필요한 존재다. 한국 축구사 통틀어 가장 많은 A매치(138회)에 출전했고 세계 최고의 무대라 불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10년 간 활약한 그의 풍부한 경험은 존재 자체로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된다.
하지만 정점에서는 서서히 내려오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EPL 득점왕을 차지했던 시절의 폼과 지금을 같이 여길 순 없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2018 러시아 대회나 2022 카타르 대회 때 퍼포먼스를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 내년이면 서른넷이다.
그래서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본격적인 월드컵 모드로 돌입한 9월 미국 2연전을 앞두고 "이제는 손흥민이 얼마나 오래 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떤 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한 것은 그런 맥락이다.
그 '결정적인 손흥민'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선수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특히 무게감 있는 스트라이커가 있어야 손흥민의 임팩트가 강해진다. 오현규 그리고 조규성의 분전이 중요한 이유다.
9월 평가전 이후 홍명보 감독은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사실상 2명만 활용하고 있다. 9월 미국전(손흥민→오현규) 멕시코전(오현규→손흥민)에 이어 10월 브라질전(손흥민→오현규)과 파라과이전(손흥민→오현규) 모두 두 선수가 선봉장이었다. 선발과 교체, 출전 시간 등 형태에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풀타임이 당연했던 손흥민이 필드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뚜렷하다. 선발로 시작했다가 빠지든, 벤치에서 출발했다가 조커로 들어가든 이전과는 역할이 달라졌다. '얼마나 오래'보다 '어떤 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LA FC 유니폼을 입고 상대 진영을 헤집고 있는 현재 손흥민을 보고 있어 팬들 입장에서는 냉정한 판단이 어렵지만, 사실 EPL 수비수와 MLS 수비수의 실력을 동일하게 여기면 곤란하다. 수준 차이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우리가 상대할 나라의 방패는 MLS 팀들보다 단단할 공산이 크다.
그래서 또 다른 공격수들이 손흥민이 뛰는 시간의 효율성을 높여줘야 한다. 손흥민보다 먼저 투입된 누군가가 상대 수비 체력을 빼놓아 나중에 들어갈 베테랑을 돕든, 아니면 손흥민이 선발로 나서 영리한 운영으로 흔들어 놓은 수비라인을 또다른 공격수가 힘과 높이로 무너뜨리든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저돌적인 돌파력과 과감한 슈팅이 인상적인 오현규, 높은 제공권에 소위 '등지는' 플레이가 능한 조규성 모두 손흥민과는 다른 유형의 스트라이커라 조합은 반갑다. 관건은 오현규와 조규성이 월드컵 본선급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다. 두 선수 모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오현규는 최근 A매치 6경기에서 4골을 터트리고 소속팀 헹크에서도 공격 포인트를 꾸준히 작성하는 등 좋은 폼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대표팀 동료들과 호흡도 많아지고 있다. 다만 월드컵 본선 경험이 없다는 것은 약점이다. 오현규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 명단에는 포함됐으나 '등 번호 없는 멤버'로 훈련만 같이 진행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신데렐라로 등장한 조규성은, 2024년 5월 이후 예상치 못한 공백기를 겪었다. 불편했던 무릎 수술 후 날벼락 같은 합병증이 발생해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불굴의 의지로 재기에 성공, 미트윌란에서 출전시간을 점점 늘려가고 있던 그는 1년 8개월 만에 대표팀에 승선했는데 일단 11월 A매치 2연전에서 건강함을 보여줘야 한다.
손흥민은 여전히 홍명보호의 알파와 오메가다. 하지만 90분 내내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니기에는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워졌다. 그래서 효율적인 사용이 필요하다.
아직 이름만으로도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노련한 창으로 빛나기 위해서는 다른 공격수들의 도움이 중요하다. 물론, 손흥민이 조규성과 오현규를 위한 조연으로 활약할 수도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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