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스트라이커 조규성, '두 번째 월드컵' 불씨 살렸다
11월 A매치 명단 포함, 1년8개월 만에 대표팀 승선
예상치 못한 합병증 딛고 재기…원톱 경쟁 본격화
-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덴마크 미트윌란에서 활약하는 스트라이커 조규성이 아주 오랜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다. 지난해 3월 태국과의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이 그의 마지막 A매치였으니 1년 8개월 만이다. 홍명보 감독 부임 이후로는 첫 소집이다.
생각지도 못한 무릎 부상 여파로 1년을 통째로 날린 조규성은 불굴의 의지로 재활에 매진해 필드로 돌아왔고 조금씩 예전의 폼을 되찾아 결국 대표팀 재승선이라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조규성 개인적으로도 기쁘고 전방의 무게감이 아쉽던 홍명보호 입장에서도 반가운 카드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때 신데렐라처럼 등장했던 조규성이 개인 두 번째 월드컵 본선출전 기회를 잡았다.
대한축구협회는 11월 국내에서 열리는 A매치 2연전에 나설 27명의 대표팀 명단을 3일 발표했다. 대표팀은 11월14일 볼리비아(대전월드컵경기장), 11월18일 가나(서울월드컵경기장)와 평가전을 갖는다. 2025년 마지막 모의고사다.
12월 본선 조추첨을 앞두고 열리는 A매치라 결과가 아주 중요한 이번 일정에 홍명보 감독은 최정예 멤버를 모두 호출했다. 그리고 '새롭고도 익숙한 얼굴' 조규성도 불러들였다.
조규성은 전북현대 소속으로 참가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맹활약했다. 대회 전까지는 황의조의 뒤를 받치는 백업 공격수 인상이 강했으나 정작 본무대가 열리자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조규성은 가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홀로 2골을 넣으면서 축구팬들을 열광시켰다.
월드컵 활약을 발판으로 조규성은 2023년 여름 덴마크 미트윌란에 입단, 유럽 진출에도 성공했다. 그리고 2023-24시즌 곧바로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며 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그렇게 순조롭게 이어지던 조규성의 행보에 갑자기 날벼락이 떨어졌다.
조규성은 2023년 5월 27일 실케보르와 2023-24시즌 최종전을 뛰고 평소 좋지 않았던 무릎 수술을 받았는데, 과정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혈액 감염 합병증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그리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 여겨졌으나 조규성은 2024-25시즌 필드를 전혀 밟지 못했다. 의료 사고 같은 일이었기에 더더욱 힘든 시간이었다.
조규성 스스로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지만 이번 부상은 도저히 납득이 어려웠다. 한때 한 달에 12㎏이 빠졌다. 하루에 3~4번씩 진통제를 맞았는데도 밤에 계속 깼다.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고백했을 만큼 악몽 같던 시간이다. 멘털이 강하지 못했다면 좌절의 시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는 크나큰 시련이었지만 조규성은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지난 8월 유로파리그 3라운드에서 복귀전을 치른 조규성은 점차 출전 시간을 늘려갔고 10월에는 풀타임도 소화할 정도로 체력을 회복했다. 그냥 뛰기만 한 수준도 아니다. 조규성은 데마크 수페르리가 사무국이 선정하는 2025-26시즌 13라운드 베스트11 공격수에 뽑힐 정도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10월 A매치 일정 때도 조규성의 발탁을 고민했을 정도로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조금 더 회복할 시간을 주며 폼이 더 올라오길 기다린 홍 감독은 지난달 말 자신이 직접 덴마크로 건너가 조규성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고 드디어 그를 호출했다.
현재 대표팀에는 손흥민과 오현규 외에는 마땅한 전방 공격수 자원이 보이지 않는다. 오세훈이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것도 아쉬움이 있었다.
카드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월드컵 본선을 경험한 조규성의 복귀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길고 어둡던 터널을 잘 통과한 조규성이 '두 번째 월드컵'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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