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더 뛰고 팀으로 똘똘…본선까지 8개월, '뭉치'는 강하다 [임성일의 맥]
적극적인 압박·협력으로 승리한 파라과이전 모델
홍명보 감독 바람대로 '팀으로 싸우는 방법' 찾은 듯
-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10월 브라질-파라과이와의 2연전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북중미 월드컵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 지 방향성을 제시한 무대였다고 할 수 있다.
브라질전 0-5 참패를 통해 세계 최정상급 팀과는 여전히 격차가 있다는 것을 실감했고, 월드컵 본선 진출국 수준과 겨루려면 결국 팀으로 뭉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파라과이전 승리를 통해 새삼 깨달았다.
과거에 비하면 한국 축구의 수준도 많이 발전했다. 그래도 부족하다. 손흥민을 비롯해 김민재, 이강인 등 세계 무대에서도 통하는 개인을 보유하게 된 것은 반갑지만 그렇다고 팀 레벨이 확 올라간 것은 아니다. 본선에서 한국은 아직 '승점 대상'이다. 우리가 우리만의 '경우의 수'를 통해 해볼 만한 상대라 평가하는 팀은, 분명 한국을 목표로 삼는다.
본선까지 8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점, 선수들의 수준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기대할 순 없다. 하지만 팀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남은 시간 그 부분에 집중해야하는데, 10월 일정이 힌트가 될 수 있다.
0-5 참패로 끝난 10일 브라질과의 경기는 개개인 전투력 차이가 일단 컸다. 남미 대륙의 간판답게 브라질 선수들은 모두 기술이 탁월했고 힘과 스피드도 뛰어났다. 경기 내내 속도 경쟁과 힘겨루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이겨낸 장면, 기억나지 않는다.
일대일 싸움에서 완패인데 팀으로서의 대결에서도 한국은 부족했다. 개개인이 따로 놀았던 홍명보호는, 스타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브라질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우리보다 강한 그들이 압박도 적극적이었고 협력과 투지에서도 앞섰다. 필패였다.
반면 나흘 뒤 파라과이전은 전체적인 그림이 달랐다. 물론 파라과이와 브라질의 전력을 동등하게 놓고 볼 순 없다. 당시 파라과이의 경기력이 평소보다 못 미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남미 예선을 통과해 북중미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낸 팀을 상대로 경기를 주도하고 2골을 터뜨리면서 무실점 승리를 거둔 결과는 폄훼할 수 없다.
가장 긍정적인 모습은 적극적인 압박 그리고 동료들을 위해 한 발 더 뛰는 플레이었다. 브라질 압박에 고전했던 한국이 그 강한 프레싱으로 파라과이를 공략했다. 최전방 공격수들은 높은 위치에서부터 파라과이 수비수들을 괴롭혔고 스리백 좌우 김민재와 조유민도 과감한 전진 플레이로 공격을 도왔다.
전개도 달랐다. 브라질전에서는 공을 소유한 선수가 줄 곳이 없어 머뭇거리다 빼앗기기 일쑤였는데 파라과이전에서는 패스를 받을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공간으로 이동, 공이 이동할 길을 만들었다. 수비 시에도 누군가 파라과이 선수를 마크하면 가까운 곳에 있는 선수가 협력해 압박했다. 홍명보 감독이 바란 그림이 나왔다.
'언제까지 열심히 이 악물고 뛰는 것을 가장 큰 무기로 삼을 것인가'라는 토로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그 장점과 매력마저 없으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경쟁력을 잃는다. 투박하게 뛰어만 다니자는 의미가 아니다. 노력으로 가능한 부분은 최대치로 살려야한다.
파라과이전 후 대표팀 에이스 이강인은 "한국 대표팀은 늘 똘똘 뭉쳐 한 팀으로 뛰는 것이 장점이다. 공격이나 수비 모두 서로 도우면서 경기한다"면서 "월드컵 본선에서 브라질, 파라과이처럼 강팀을 상대할 텐데, 더욱 뭉치고 한 팀으로 잘 싸워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보다 앞서 브라질전 참패 후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에게 '팀으로 싸우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했는데 그 부분에서 부족한 게 있었다"고 패인을 짚은 뒤 "오늘 배운 것을 앞으로 메워나가며 세계와 격차를 좁히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맥락이다.
본선까지 남은 8개월, 홍명보 감독과 이강인의 바람대로 '더 뭉쳐 하나로 싸울 수 있는 팀'을 만들어야한다. 나뭇가지 하나는 쉽게 부러지지만 모여 뭉치를 이루면 강해진다는 것을 동서고금이 말해주고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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