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선수생활 마무리 문기한 "처음과 끝이 같은 선수로 기억되길"[인터뷰]
중학생 때부터 축구일기 작성…"미련 없이 안녕"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축구선수 문기한이 17년의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축구화를 벗었다. 문기한은 "처음과 끝이 같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문기한은 지난 4일 K4리그 당진시민축구단의 홈 경기에서 은퇴식을 갖고 2008년부터 17년 동안 이어온 선수 생활을 마쳤다.
문기한은 프리킥과 패스 능력이 뛰어났던 미드필더다.
U20(20세이하) 대표팀에서 14경기, U23 대표팀서 5경기 등 연령별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했고 K리그에서는 2018년 FC서울을 시작으로 대구FC, 부천FC 등에서 뛰며 통산 230경기 14골43도움(K리그1 14경기·K리그2 211경기 14골41도움)을 기록했다.
이후 강릉시청과 화성FC를 거쳐 2022년부터 4년 동안 당진시민축구단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문기한은 '뉴스1'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은퇴 소감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밝혔다.
그는 "축구선수로 뛸 수 있는 에너지를 다 소진한 것 같다. 눈물이 날 줄 알았는데 눈물도 안 나더라. 후회 남지 않도록 다 쏟아 붓고 마무리를 잘 했다"며 덤덤하게 소감을 전했다.
이어 "당진시민축구단에서 2년 정도 플레잉코치를 하면서 어느정도 '은퇴 연습'을 한 것도 도움됐다"고 덧붙였다.
축구선수로 뛴 17년이라는 시간이 증명하듯, 그는 성실하고 부지런한 선수였다.
문기한은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있던 시간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팀 중심 선수로 활약하는 시간에는 단 하루도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면서 "처음 축구화를 신었을 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늘 성실하게 경기를 준비했다. 그런 의미에서 팬들에게 '처음과 끝이 같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2017년 9월 10일 성남FC전에서 프리킥으로 넣은 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정지된 상황에서 팬들에게 기대감을 주는 선수이고 싶었는데, 당시 그 바람을 충족했기 때문"이라며 미소지었다.
문기한은 '축구 일기'를 쓰는 선수이자 공부하는 선수로도 유명했다.
그는 2002년 중학생 시절부터 빼먹지 않고 꾸준히 축구 일기를 썼다. 그동안 축구를 하며 느낀 다양한 감정들을 모두 기록했고, 다양한 훈련들을 그림까지 그려가며 자세히 적어 왔다.
2009년 U-20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이집트 친선 대회에선 자신이 출전하지 못한 이유를 분석하면서 각오를 적었고, 프로 데뷔 후에는 구단 일정 팜플랫을 구해 자신의 출전 기록·시간·경고 유무 등을 꼼꼼히 남겼다.
그런 문기한의 축구 일기도 이제는 마지막이다. 긴 축구 인생만큼이나 켜켜이 쌓였던 그의 일기장 마지막에는 어떤 문구가 쓰였을까.
그는 "안 그래도 최근 마지막 축구일기를 썼다"면서 "일기를 마무리 한 뒤 '선수를 꿈꾸던 소년이 37살 베테랑이 돼 떠납니다. 축구선수로서 너무 행복했고, 이제 새로운 출발을 하니 미련없이 떠나자. 축구선수 문기한, 안녕'이라고 적었다"고 설명했다.
이제 문기한은 선수가 아닌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이미 플레잉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해왔던 문기한은 은퇴하자마자 곧바로 A급 지도자 수료에 돌입, 당진시민축구단 막내 코치부터 차근차근 지도자로 성장할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는 코치와 감독으로도 팬들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도록, 다시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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