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김병지·故 유상철·데얀, K리그 전설 되다…명예의 전당 헌액(종합)

지도자 부문 김호 감독, 공헌자 부문 정몽준 회장
정 회장 "일본에 밀린 한국 축구, 분발해야" 일침

16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제2회 K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헌액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김호 감독, 데얀, 정몽준 명예회장, 김주성, 유상철 감독의 아들 유선우 씨, 김병지.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김주성, 김병지, 고(故) 유상철, 데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과 김호 전 감독이 K리그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6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의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제2회 K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식'을 개최했다.

'K리그 명예의 전당'은 한국 프로축구의 역사와 전통을 기리고, K리그 발전에 기여한 인물들의 공헌을 널리 알리기 위해 K리그 출범 40주년이 되던 해인 2023년 신설됐다. 선수, 지도자, 공헌자 3개 부문으로 운영되며 2년마다 헌액자를 선정한다.

두 번째 K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자로 선수 부문에 김주성, 김병지, 고(故) 유상철, 데얀, 지도자 부문에 김호 전 수원 삼성 감독, 공헌자 부문에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초대 명예의 전당에는 최순호, 홍명보, 신태용, 이동국, 김정남 전 감독, 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헌액된 바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제2회 K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5.9.16/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헌액자 선정은 'K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자 선정위원회' 심사를 거쳐 진행됐다. 선수 부문은 선정위원회가 추천한 20명을 대상으로 선정위원회 자체 투표(40%), 구단 대표 및 감독 투표(20%), 미디어 투표(20%), 온라인 팬 투표(20%)를 거쳐 4명의 헌액자가 최종 선정됐다. 지도자 부문과 공헌자 부문의 헌액자는 선정위원회 내부 합의로 결정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축사를 통해 "명예의 전당 헌액자들의 업적을 다시 되새기고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라고 전했다.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도 "K리그 명예의 전당이 단지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는 자리가 아니라 많은 후배 선수와 축구인들의 귀감이 되고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히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김병지는 1992년 현대 호랑이(현 울산 HD)에서 데뷔 후 24년간 K리그에서 활약하며 통산 708경기에 출전했다. 수문장 포지션에도 불구하고 현역 시절 3골을 기록해 '골 넣는 골키퍼'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K리그 베스트일레븐에 총 4회 선정됐다.

김병지는 "치열했던 경쟁 속에서 많은 인연을 맺었다. 모두가 승패를 떠나 K리그 발전을 위해 격려하고 최선을 다했다. 이제는 행정가로 첫발을 디뎠는데, 남은 시간도 K리그 발전과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면서 "젊은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포기는 실패'라는 것이다. 선수들 모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 축구선수 김주성이 16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제2회 K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최순호 수원FC 단장의 축하를 받고 있다. ⓒ News1 김성진 기자

김주성은 1987년 대우 로얄즈(현 부산 아이파크)에서 프로에 데뷔한 최고의 만능선수였다. 김주성은 K리그 통산 255경기에서 35골 17도움을 기록했고,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등 세 개 포지션에서 모두 베스트일레븐에 선정된 K리그 최초의 선수다.

김주성은 "많은 시상식에 참석했지만 오늘처럼 뭉클한 적은 없다. 이번 헌액이 나에게 새출발을 알리는 것이다. 내 선수 시절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면서 "명예의 전당 헌액식은 K리그 가치를 높이는 의미 있는 행사다. K리그가 앞으로도 감동이 있고, 새로운 스토리를 갖고 성장하길 기대한다. K리그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며 애정을 피력했다.

데얀은 외국인 선수 최초로 'K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데얀은 2007년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K리그에 데뷔한 이후 총 12년간 K리그에서 활약하며 380경기에서 198골 48도움을 작성, 이동국(228골)에 이어 K리그 통산 득점 2위를 기록 중이다. 데얀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연속 공격수 부문 베스트일레븐에 선정됐고, 2012년에는 K리그 MVP와 득점왕을 동시에 수상했다.

선수 시절 라이벌이었던 이동국이 추천사와 함께 단상에 오른 데얀은 "2007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이처럼 수많은 득점, 기록을 달성할 줄 꿈에도 예상 못 했다. 선수 시절 나를 이해해 준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동료들. 그리고 가족들의 도움에 고마움을 전한다"면서 "한국 축구, K리그 레전드와 함께 해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1994년 현대에서 데뷔한 故 유상철은 김주성에 이어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수 세 포지션에서 모두 베스트일레븐에 선정된 두 번째 선수다. 현역 은퇴 후에는 지도자로 제2의 축구 인생을 이어갔는데, 특히 인천 감독 시절에는 암 투병 중에도 끝까지 현장을 지켜 많은 울림을 남겼다. 유상철은 2021년 영면 후에도 한국 축구계의 상징적인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대리 수상을 한 아들 유선우씨는 "아버지를 대신해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큰 영광이다. 아버지를 사랑하고 응원했던 팬들에게 감사하다"면서 "이 상은 개인 것이 아니다. 아버지를 사랑해 준 모든 분과 기쁨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지도자 부문 헌액자로 선정된 김호 전 감독은 1988년부터 현대 호랑이, 수원 삼성, 대전 시티즌 감독을 지내며 208승을 달성했다. 최강희 감독(229승)과 김정남 감독(210승)에 이어 다승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특히 김호 전 감독은 1995년 수원의 초대 감독으로 부임해 K리그 2연패, 아시아 클럽 챔피언십(현 AFC 챔피언스리그) 2연패 등을 이끌었다.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명예부회장 겸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제2회 K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공헌자 부문에 헌액된 후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에게 헌액 증서를 받고 있다. ⓒ News1 김성진 기자

공헌자 부문에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연맹의 초대 및 제2대 회장을 역임했다. 정몽준 회장 재임 중 K리그는 타이틀 스폰서 제도를 도입했고 10개 구단 체제로 확대, 지역연고제 정착 등의 발전을 이뤘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1993년부터 2009년까지 대한축구협회장으로 재임하며 2002 한일월드컵 유치와 성공적 개최에 핵심적인 역할도 했다. 또한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및 집행위원으로 활동, 국제 축구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 연맹은 K리그와 한국 축구의 체계화를 견인한 정몽준 회장의 업적을 기려 K리그 명예의 전당 공헌자 부문에 헌액했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한국 축구는 지난 30년 동안 많은 발전을 했다"면서도 "단 두 가지만 부탁하고 싶다. 현재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로 일본(17위)보다 낮다. 더 분발해야 한다. 또한 2002년 월드컵을 일본과 공동 개최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FIFA 부회장이었기 때문이다. 내부적 일은 다른 축구인들이 하고, 축구회장은 바깥일을 해야 한다"며 한국 축구의 경기력과 행정에 대해 쓴소리했다.

dyk06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