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부터 최후방까지…홍명보호, 쓸 수 있는 카드 많아졌다
미국-멕시코 상대 다양한 전술·선수 실험 속 1승1무
김민재 중심 스리백 흡족…중원 조합, GK 경쟁 수확
-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9월 미국 원정으로 펼쳐진 미국, 멕시코와의 두 차례 평가전을 1승1무로 마쳤다. 새로운 전술 테스트와 함께 다양한 선수를 활용하는 실험 속에서 결과까지 챙긴 만족스런 일정이었다.
내년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개최국과 현지에서 치른 경기였다. 아시아 예선과 아시안컵 등으로 아시아 국가하고만 겨뤘던 대표팀이 2년 만에 타 대륙 국가를 만났다. 그것도 FIFA 랭킹에서 우리보다 앞서는 강호(멕시코 13위, 미국 15위, 한국 23위)와의 모의고사였는데, 기대 이상의 내용이 나왔다.
외부 여론이 확 바뀐 홍명보 감독의 방향성은 앞으로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강자를 꺾으며 선수들 자신감도 높아졌다. 이런 추상적인 소득보다 반가운 것은,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많아졌다는 실질적인 수확이다.
홍명보호는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2-2로 비겼다. 한국은 전반전 먼저 실점을 내주고 끌려갔으나 후반 20분 손흥민의 동점골과 후반 29분 오현규의 역전골로 승부를 뒤집는 힘을 보여줬다. 후반 추가시간 통한의 동점골을 내줘 무승부에 그친 것이 아쉬웠을 뿐이다.
7일 미국과의 첫 경기에서 손흥민-이동경의 연속골을 묶어 2-0 완승을 거둔 한국은 9월 원정 2연전을 1승1무로 마무리했다. 한국과 교차로 미국에서 경기한 일본은 멕시코와 0-0으로 비기고 미국에게 0-2로 패했다.
'월드컵 본선 모드'의 시작을 알리는 9월 2연전은, 아무래도 결과보다는 실험에 방점이 찍혔다. 홍명보 감독도 "지금까지는 본선 진출을 우선 목표로 뒀으나 이제부터는 본선을 대비하는 단계다. (본선에서 어느 정도 통할 수 있을지) 검증 단계"라며 다양한 실험을 진행할 것이라는 뜻을 피력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홍 감독은 10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후방의 기둥 김민재를 중심에 둔 스리백을 2경기에 모두 가동했다. 미국전은 김주성-김민재-이한범이 나섰고 멕시코전은 김태현-김민재-이한범이 출격했다. 백3에서 역할이 아주 큰 좌우 윙백은 이태석-설영우(미국전), 이영재-김문환(멕시코전)이 나섰고 윙포워드 활용이 가능한 정상빈도 교체로 들어가 테스트를 받았다.
아무래도 손발을 맞출 시간이 많지 않아 완벽도는 떨어졌으나 전체적으로는 흡족했다. 한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예선과 달리 본선에서는 주도권을 내줄 수 있는 것을 감안한 플랜B였는데, 플랜A가 될 수도 있을 만큼 기대감을 줬다. 돌아온 김민재는 역시 레벨 다른 수비수였고 김주성, 이한범, 김태현 등 2000년대생 젊은 센터백들도 눈도장을 받았다.
황인범이라는 핵심 자원이 부상으로 빠져 우려를 낳은 중원도 강제된 테스트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미국전 김진규-백승호는 모두 창의적인 패스로 황인범 공백을 잊게 했고, 멕시코전에서 짝을 이룬 박용우와 옌스 카스트로프 조합은 공격 전개가 다소 매끄럽진 않았으나 큰 무리는 없었다. 특히 옌스는 단순한 '싸움닭'이 아니라 다양한 매력을 갖춘 에너자이저로서 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공격진의 최대 수확은, 모순같이 들리겠지만 손흥민이다. 언제 어느 때나 한국 축구의 상징이던 손흥민은 이번 2연전에서 다양한 형태로 뛰며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미국전에는 선발 원톱으로 출격해 1골1도움을 올렸고 멕시코전은 후반전 날개 공격수로 교체투입돼 멋진 발리 슈팅으로 흐름을 바꿨다.
상대는 더 피곤해졌다. 조커 손흥민도 신경 써야한다. "이제는 손흥민이 얼마나 오래 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떤 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던 홍명보 감독 기대에 확실하게 부응한 손흥민이다.
조현우 독무대였던 수문장 자리도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오랜 부상을 털고 돌아온 김승규가 멕시코전에서 녹슬지 않은 반응 속도와 빌드업 능력을 보이며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물론, 조현우도 미국전에서 조현우다운 슈퍼 세이브를 여러 차례 선보였다.
원톱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오현규, 부상으로 조기 해제됐으나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한 이재성, K리거의 힘을 보여준 이동경과 김진규, 숨길 수 없는 왼발 센스를 자랑했던 이강인 등 다양한 선수들이 저마다의 장점을 뽐냈다. 근래 이 정도로 편하게 지켜본 대표팀 경기는 없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뻔한' 라인업으로 쓴맛을 보았던 홍명보 감독이 다양한 카드를 잘 만들어 나가고 있는 느낌이다. 앞으로 남은 9개월. 건강한 내부 경쟁이 기대되는 홍명보호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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