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역사 쓴 날 환상 발리…꼭 필요한 순간 '차이' 만드는 스타
0-1 끌려가던 멕시코전 교체투입 후 득점…최종 2-2
2010년 데뷔 후 136회 A매치…차범근·홍명보와 타이
-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진행형 레전드' 손흥민(33)이 대한민국 축구 A매치 최다출전 타이기록을 작성했다. 역사를 쓴 날 환상적인 하프발리 슈팅으로 득점포까지 가동, '역시'라는 찬사를 끌어냈다. 손흥민을 앞세워 강호 멕시코와 비긴 한국은 미국 원정을 1승1무로 마무리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테네시 지오디스 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2-2로 비겼다.
지난 7일 미국전에서 2-0으로 승리했던 대표팀은 북중미 월드컵 공동 개최국이자 우리 보다 FIFA 랭킹이 높은(멕시코 13위, 미국 16위, 한국 23위) 상대와의 2연전을 만족스러운 결과로 마쳤다.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한 미국전에서 1골1도움으로 펄펄 날았던 손흥민은 멕시코전을 벤치에서 시작했다. 선발 명단을 무려 9명이나 바꾸면서 동행한 선수들을 다양하게 활용하겠다는 감독의 의중과 함께 벤치에서 대기했다.
하지만 공격이 잘 풀리지 않은 채 먼저 실점, 0-1로 전반전이 마무리 되자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손흥민 카드를 꺼내들었다. 손흥민은 배준호를 대신해 측면 공격수 자리에 배치됐다. 개인 통산 136번째 A매치 출전 기록이 작성된 순간이다.
이로써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홍명보 감독과 함께 통산 최다출전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0년 12월30일 시리아와의 평가전에 18세 175일이라는 어린 나이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손흥민은 14년 만에 136경기 출전이라는 큰 이정표를 세웠다. 역사적인 날 자축포까지 쏘아 올렸다.
선수 변화에도 좀처럼 흐름이 넘어오지 않던 상황에서 손흥민의 한방이 묵은 체증을 뚫어냈다.
후반 20분 김문환이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박스 안에서 오현규가 상대 수비수들과 경합하며 뒤로 흘렸고 기다리고 있던 손흥민이 왼발 발리 슈팅으로 연결해 멕시코 골망을 출렁이게 만들었다. 바운드 된 공의 떨어지는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춘, 수준 높은 슈팅이었다.
손흥민의 환상적인 득점포 후 경기 흐름은 바뀌었다. 그리고 기세가 오른 한국은 역전골까지 뽑아냈다. 후반 29분 역습 상황에서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오현규가 상대 수비수를 앞에 두고 오른발로 강력한 슈팅을 시도, 득점에 성공했다. 전반전 놓친 결정적인 일대일 찬스 실수를 만회하는 속죄포였다.
리드를 잡은 한국은 경기 막판까지 멕시코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내면서 대어를 낚는 듯 했다. 하지만 FIFA 랭킹 13위에 빛나는 북중미 축구 터줏대감 멕시코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추가시간 히메네스가 감아 찬 공이 한국 골문 구석에 꽂히면서 승리가 무산됐다.
비록 무승부로 끝났으나 이날 대표팀의 경기력은 박수가 아깝지 않았다. 특히 강렬한 임팩트로 분위기를 바꾼 손흥민 공이 상당히 크다. 투입과 동시에 '차이'를 만들어낸 손흥민은 필요할 때 몫을 하는 스타다운 면모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미국전 1골1도움 포함, 9월 2연전에서 2골1도움을 작성했다.
홍명보 감독은 9월 소집을 앞두고 "이제는 손흥민이 얼마나 오래 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떤 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했는데 확실하게 부응했다.
한편 손흥민이 A매치 최다 출전 공동 1위에서 단독 1위로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축구대표팀은 다음달 국내에서 브라질, 파라과이와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부상 등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손흥민의 출전이 유력하기에 새 역사가 작성될 전망이다.
손흥민은 A매치 최다골 부문에서도 53골로 2위에 올라 있다. 1위 차범근 전 감독의 58골과는 5골 차이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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