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놓쳤지만 홍명보호가 동아시안컵에서 얻은 것들
스리백 실험…유럽파 없는 상황서 K리거 시험 무대
이호재·강상윤 A매치 데뷔골 눈도장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일본에 패배, 목표로 했던 6년 만의 정상 탈환에 실패했다. 하지만 실험이 꼭 필요했던 스리백을 실전에서 점검하고, 자칫 지나칠 뻔한 K리거들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등 소득도 있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5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최종 3차전에서 일본에 0-1로 졌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동아시안컵 2승 1패(승점 6)로, 3전 전승을 기록한 일본(승점 9)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일본은 지난 2022년 대회에 이어서 또 정상에 오르며 동아시안컵 우승 3회를 기록, 한국(5회)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안방에서 일본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보는 건 속 쓰렸지만, 홍명보호에겐 나름의 소득도 있었다.
우선 기존 포백이 아닌 스리백을 점검, 장단점을 확인했다. 그로 인해 윙백을 통한 안정적인 측면 공격 전개 등 1년 뒤 월드컵에서도 활용할 만한 유연한 대처 옵션이 생겼다.
다만 아직 조직력 면에서 완성도가 떨어졌고 일본을 상대로는 수비에서 위험도 노출하는 등 숙제도 남겼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결과 부담이 적은 대회를 통해 '실전'에서 스리백을 마음껏 가동한 점은 중요한 자산이 될 전망이다.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많은 선수들이 향후 대표팀에서 활용될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번 대회는 유럽파 차출 없이 K리거 23명, J리거 3명으로만 이뤄졌는데 한국은 유럽파 외에도 국내 선수들의 성장으로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러려면 뉴페이스가 '대표급'으로 더 성장해줄 시간과 기회가 필요했는데 이번 대회가 그 쇼케이스였다.
수비진에선 김주성과 박승욱 등 그동안 대표팀서 뛸 기회가 많지 않았던 센터백들이 스리백의 주축으로 활약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두 선수 모두 저돌적 수비로 홍명보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김주성은 중국전에서 A매치 데뷔골도 넣었다.
김문환은 스리백의 수혜를 받으며 베스트 수비상까지 수상, 완벽한 1인자가 없는 측면 수비수 자리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공격수 문선민은 이번 대회를 통해 윙백으로 변신, 경쟁 포지션을 늘렸다.
2선에도 더 치열하고 건강한 경쟁 체제가 갖춰졌다. 강상윤은 홍콩전서 A매치 두 번째 출전 만에 득점했고, 그동안 매번 대표팀에 소집은 됐지만 해외파에 밀렸던 이동경은 중국전에서 원더골을 터뜨리는 등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이동경은 자신이 출전했던 홍콩전과 일본전 모두 공격을 주도하는 '에이스 모드'를 보여, 이강인과 이재성 등 기존 2선 자원과는 또 다른 무기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홍명보 감독 부임 후 긴 시간 주민규-오세훈-오현규의 3파전 체제가 굳어졌던 최전방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이호재가 홍콩전서 데뷔골을 기록, 단숨에 입지를 늘렸다.
홍명보 감독은 기존 대표팀에 경쟁심을 불어넣을 선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5명 이상"이라고 답한 뒤 " 특히 스리백 체제에서 좋은 경쟁력을 보여준 선수가 몇 명 있다. 앞으로 꾸준히 잘 한다면 충분히 월드컵 본선에도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희망을 봤다"며 흡족한 모습을 보였다.
어쩌면 트로피보다도 값진 소득을 챙긴 홍명보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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