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경험 맘껏 누려라…한 수 앞 내다보는 홍명보 용병술

중국과 동아시안컵 1차전서 6명 A매치 데뷔전 치러
"대표팀 경험 특별해…젊은 선수들에게 기회 줄 것"

홍명보 감독이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훈련에서 선수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현재 K리그1·2 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 대부분은 소싯적 또래 중 축구를 가장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이들이다. '학교 에이스', '지역 No.1' 정도는 널린 곳이 프로다. 그렇게 어려서부터 '중심'에서 뛰었던 이들도 프로 데뷔전은 잊을 수 없다. 워낙 끼 넘치고 대범해 처음부터 통통 튀는 이들도 있으나 많은 선수들은 심장이 쿵쾅거리고 눈앞이 하얘진다.

대표팀은 그 좁은 문을 통과한 이들이 또 다시 바늘귀를 빠져나와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모든 축구 선수들의 지향점과 같은 곳이니 처음 발탁된 이들의 입에서 '가문의 영광'이라는 진부한 표현이 반복되는 것도 이상할 것 없다.

소집만으로도 떨리는데 실제로 '국가대항전'에 나서는 기분을 일반인들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당연히 생애 첫 A매치는 평생 잊힐 수 없는 기억인데, 그 알을 깨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때문에, 누구보다 대표팀 경험이 많은 홍명보 감독이 여유 있을 때 많은 젊은 선수들에게 그 '맛'을 보게 해주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7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개막전에서 중국을 3-0으로 꺾었다. 6월 북중미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후 '본선 모드'로 돌입한 뒤 치르는 첫 일정이었는데 산뜻하게 시작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인범 등 유럽파 없이 K리거 중심으로 치르는 동아시안컵의 목적은 확실하다. 검증을 마친 이들이 없는 상황에서 또 다른 '대표급 자원'을 파악하는 '테스트'에 방점이 찍힌 무대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2025.7.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지난 3일 소집 후 홍명보 감독은 "그동안 (K리그)경기장에서 선수들을 보기는 했지만, 직접 함께 생활하고 지도하면서 훈련하는 것은 또 다르다"라면서 "테스트라는 명목 하에 (선수들끼리) 전쟁이 시작됐다"는 말로 대회 지향점을 밝히며 선수들의 경쟁을 부추겼다.

그리고 홍 감독은 선발로 출격한 박승욱과 후반 교체로 필드를 밟은 5명까지, 총 6명의 선수를 A매치에 데뷔시켰다. 아무리 실험이 중요한 무대라지만 꽤 과감한 운영이었다.

경기 후 그는 "오늘 후반에 들어간 선수들은 A매치가 처음인 선수도 있고 아주 어린 선수도 있다"면서 "역시나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A매치 데뷔전은 쉽지 않다는 것을 자신들도 느꼈을 것이다. 대표팀 경험은 그만큼 소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평가전이 많진 않겠으나 리그에서 좋은 폼을 유지하고 또 새롭게 나타나는 선수를 관찰할 것이다. 다음 경기(11일 홍콩전)도 젊은 선수들 출전을 준비시키고 있다"며 뉴 페이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뜻을 전했다. 진짜 여유 없이 월드컵 본선을 대비해야하는 시점이 오기 전에, 월드컵 이후도 생각해야하는 '대표팀 감독' 입장에서 필요한 선택이다.

홍 감독은 지난해 7월 대표팀 사령탑 취임회견에서 "(축구협회 전무와 울산 감독을 통해)체계적인 유소년 발굴의 중요성과 K리그의 중요성을 경험했다. 한국 축구의 뿌리인 K리그와 대표팀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큰 책임감으로 감독직 제안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당장 좋은 결과물을 내야하는 대표팀 감독이지만 내일도 도모해야한다는 사명감이었다.

강상윤이 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공격을 하고 있다. 2025.7.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10분, 20분 출전이 얼마나 큰 의미겠냐 생각하면 오판이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것과 소집 훈련만 계속 진행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제2의 박지성' '제2의 이재성'이라 불리는 전북의 2004년생 미드필더 강상윤은 중국전 후반 19분 투입돼 첫 A매치를 소화한 뒤 "다른 경기와 똑같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필드에 들어가니 호흡도 차고 몸에 힘이 들어갔다. 솔직히, 더 잘하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달랐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이제 1경기 뛰었을 뿐이지만 느낀 부분이 굉장히 많다. 더 성장해야 한다고 느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게 긍정적인 것 같다"면서 "이런 경험들을 통해 성장한다면, 나중에 유럽파 형들이 팀에 들어와도 경쟁할 자신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투입 시킨 감독 입장에서 아주 뿌듯할 소감이다. 상상하는 것과 몸이 느끼는 것은 분명 다르다. A매치 출전 136회에 빛나는 홍명보도, 134회의 손흥민도 결국 첫 단추에서 비롯됐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