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가드 넘어지고 이동경 헛발 차고…최악 잔디에 곤욕

서울-김천, 100% 경기력 발휘 못 하고 0-0 무승부
김기동 "제반시설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개막"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32라운드 FC서울과 수원FC의 경기, 경기장 관계자가 잔디를 보수하고 있다. 2024.9.29/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FC서울의 린가드와 김천 상무의 이동경의 불꽃 튀는 맞대결이 예고된 경기였지만, 강한 바람이 불고 기온까지 뚝 떨어진 날씨에 '소문난 잔치'는 먹을 게 없었다. 얼어붙은 잔디에 선수들은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등 곤욕을 치렀고, 결국 단 한 골도 터지지 않았다.

서울과 김천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3라운드에서 0-0으로 비겼다.

맥 빠지는 승부였다. 두 팀 모두 의욕적으로 공격에 나섰지만, 미끄러운 잔디 위에서 여러 차례 실수가 나오는 바람에 경기 완성도가 떨어졌다.

올해 K리그는 클럽월드컵과 동아시안컵 등 여름 일정에 대비, 평소보다 2~3주 정도 일찍 개막했다.

여기에 3월 초까지도 추위가 계속되면서 뛰는 선수들이나 관전하는 팬들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이날 바람이 심하게 불고 체감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면서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최적의 경기 환경이 아니었다.

잔디가 꽁꽁 얼어붙었다. 경기 전 정정용 김천 감독은 "그라운드가 너무 미끄럽다. 이런 환경에서는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펼치기가 어렵다"고 걱정했는데 우려는 현실이 됐다.

김천과 서울의 경기 모습(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 승패를 결정할 열쇠로 꼽힌 린가드는 전반 4분 잔디 탓에 제대로 된 킥을 하지 못했다. 잔디를 걷어차며 크게 분노할 만큼 잔디가 경기에 큰 영향을 줬다.

전반 28분에는 린가드가 방향을 꺾는 과정서 잔디에 걸려 발목을 크게 다칠 뻔했다. 발이 푹 들어갈 만큼 땅이 파이는 위험천만한 장면이었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던 린가드는 치료를 받은 뒤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린가드가 상대 태클도 아닌 잔디 때문에 다칠 뻔한 황당한 장면이었다.

김천의 공격을 책임지는 이동경도 마찬가지였다. 이동경은 전반 44분 바깥 발을 이용한 고난도 패스로 역습 찬스를 만들려했으나, 미끄러운 잔디 탓에 공이 아닌 땅을 차고 말았다.

유망한 공격 기회를 잔디 때문에 놓친 김천도 좋은 장면이 나올 기회를 어이없게 놓친 K리그 팬들도 모두 피해자였다.

후반전에도 양 팀은 공격 기회마다 잔디 때문에 정교한 패스를 풀어가지 못했다. 원기종은 과감한 돌파를 시도했으나 잔디 탓에 공이 제대로 튕겨오지 않아 허무하게 찬스를 놓쳤고 서울의 이승모도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공을 간수하지 못했다.

선수들이 경합을 벌이고 난 뒤엔 곳곳에 잔디가 크게 파였다.

땅이 크게 파여있는 서울과 김천의 경기 잔디 상황(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결국 두 팀은 90분 내내 미끄러지지 않는 데에만 집중해야 했다.

양 팀 감독들도 그라운드 상태에 아쉬움을 표했다. 경기 후 정 감독은 "경기장 환경이 좋지 못했다. 후방 빌드업으로 만들어가려 했는데 (잔디 사정으로) 실수가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 구장으로 쓰는 김기동 감독은 더욱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는 "잔디가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를 진행하니, 잔디 훼손 속도도 더 빠르다. 오늘 린가드도 혼자 발목이 접질리는 아찔한 상황이 있었다"면서 "사실 경기는 1월에 해도 상관없다. 개막 일정이 빠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에 따른 제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다. 윗분들이 더 고민을 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