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구자철, 브라질 월드컵 떠올리며 눈물 "지금도 미안하다"
월드컵 당시 주장 맡았지만 팀은 1무2패 부진
제주SK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새 출발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은퇴를 선언한 축구선수 구자철(36)이 11년 전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아픔을 떠올리며 "미안하다"고 눈물을 쏟았다. 브라질 월드컵은 그가 축구화를 벗는 날까지도 따라온 큰 죄책감이었다.
구자철은 14일 서울 신문로의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2007년부터 시작됐던 18년 간의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구자철은 제주SK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한다.
구자철은 태극마크를 달고 A매치 76경기 19골, U23 대표팀 16경기 5골 등을 기록했고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프로 무대에서는 제주SK, 볼프스부르크, 아우크스부르크, 마인츠(이상 독일), 알가라파(카타르) 등에서 핵심 선수로 뛰었다.
한국 축구의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한 구자철이지만, 그에게는 마음 한편에 큰 짐이 있었다.
그는 은퇴해 아쉬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은 뒤 한참 말을 잇지 못하다 어렵게 2014 브라질 월드컵을 회고했다.
그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최연소 월드컵 주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그게 전혀 자랑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은 주장 구자철을 앞세워 16강 진출에 도전했지만 조별리그 1무2패에 그치며 조 최하위에 그쳤다.
구자철은 "돌이켜보면 그때 너무 어렸다. 월드컵 대표팀 선수란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데, 아주 부족했고 그 책임까지는 생각 못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목이 멘 목소리로 "당시의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지만 월드컵에서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죄송하다. 또한 월드컵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덕을 봐야 했던 분들에게 너무 책임감이 없었다"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이 밖에 구자철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를 보며 단상에 올라갔을 때를 꼽았다.
선수로 유니폼을 벗은 구자철은 제주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새출발, 유스 훈련 프로그램 기획 및 유소년 선수들의 해외 연수 가교 역할을 맡는다. 제주의 유럽 외국인 영입에 대한 스카우트도 지원한다.
구자철은 "제주 선수를 잘 키워내고, 선수들이 꿈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잘 만드는 게 목표"라고 제2의 축구 인생 계획을 전했다.
아울러 "한국 축구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을 해내고 싶다. 하나씩 차근차근, 서두르지 않되 매듭을 맺을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목표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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