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명보에게 물 뿌리다 넘어진 김민준 "마음을 다쳤다…트로피 보면 완쾌"

우승 확정 후 인터뷰실 난입해 물 뿌리다 넘어져
"젊은 선수 기회 주고 우승 이끈 홍명보 감독 존경"

울산 현대의 김민준(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현대의 김민준(22)이 홍명보 울산 감독에게 물을 뿌리다 넘어졌을 때 몸이 아닌 마음을 다쳤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 부상은 우승 트로피를 봐야 완치된다"고 재치 넘치는 입담을 과시했다.

울산은 지난 16일 춘천 송암레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37라운드에서 2-1로 승리, 22승10무5패(승점 76)를 기록하며 잔여 경기에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이번 우승으로 울산은 지난 3시즌 동안 전북 현대에 밀려 준우승에 그친 설움과 2005년 이후 17년 동안 기다렸던 한을 모두 풀었다.

울산이 우승을 확정한 그날, 춘천에선 재미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리 후 공식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던 홍명보 감독에게 김민준과 설영우(24)가 난입해 홍명보 감독에게 물을 뿌리며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이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에피소드인데, 김민준은 급박한 난입 과정서 그만 기자회견장 바닥에 미끄러지고 말았다. 김민준은 선수 최초로 그라운드가 아닌 기자회견장에서 부상을 입은 선수가 됐다.

울산 현대의 김민준(가운데)(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민준은 19일 '뉴스1'과 통화에서 밝은 목소리로 "낙법을 잘 해서 몸은 안 다쳤다. 하지만 마음을 다쳤다"면서 웃었다. 이어 "이번 주에 우승 세리머니를 해야 회복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이자 팀의 수장인 홍명보 감독에게 물을 뿌린 두 선수의 도발은 어떻게 시작된 걸까.

김민준은 "감독님이 평소에 장난도 많이 쳐주시고 잘 대해주시지만, 칭찬보다는 채찍이 더 많다. 그래서 벼르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문 앞에 서니 쉽지는 않더라. 그런데 구단 직원들이 '해도 괜찮다'고 적극 지원해주셔서 신나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내가 넘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김민준은 기자회견장 앞에서 미끄러져 넘어졌지만, 물은 정확하게 홍명보 감독의 머리에 명중했다.

이에 대해 김민준은 "비록 넘어졌지만 목표를 달성했으니 만족한다"며 넉살좋게 말했다. 당시 물을 정통으로 맞은 홍명보 감독 역시 "내 저럴 줄 알았다"면서도 "물 먹은 것보다는 물 맞는 게 훨씬 낫다"는 입담으로 유쾌하게 화답했다.

홍명보 울산현대 감독이 19일 오후 울산 동구 울산현대축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우승 기자회견에서 밝은 표정으로 우승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2.10.19/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우승을 이룬 이번 시즌은 김민준에게 꽤 특별하다. 김민준은 지난 시즌 신인으로 데뷔해 리그 28경기 출전, 5골1도움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반면 이번 시즌에는 그보다는 다소 적은 18경기에 출전해 1골을 넣었다. 팀은 우승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도 클 법했다.

김민준은 "지난 시즌 많은 기회를 받고, 영플레이어상 이야기도 나왔을 만큼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반면 이번 시즌은 준비된 걸 다 보여주지 못했고 솔직히 여름엔 힘든 시기도 있었다. 지나고 보니 이런 시간들을 겪은 게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큰 자양분이 될 것 같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어 "드디어 우승을 하게 돼 행복하다. 다만 아직은 트로피 세리머니를 하지 않아서인지 실감이 나진 않는다. 남은 경기를 계속 준비하면서 긴장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홍명보 감독에게 하고 싶은 한 마디를 부탁했다. 일이 꽤 커졌으니 "사과를 해도 좋다"고 했으나 김민준은 "지금도 사과는 하고 싶지 않다"며 익살스럽게 입을 연 뒤 "대신 감사하다는 말은 꼭 하고 싶다"고 수습(?)했다.

이어 "젊은 선수인 내게 꾸준히 기회를 줘 이렇게 성장시켜주고, 팀에도 우승을 안겨주셨다. 존경한다. 이렇게 좋은 감독님은 또 없다고 생각한다"며 깊은 속내를 드러냈다.

울산 현대가 17년 만에 K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울산은 16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37라운드에서 엄원상, 마틴 아담의 연속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울산 현대 제공) 2022.10.16/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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