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할까 싶었던 '우리끼리' 국대축구, 2차전은 진짜 볼만해졌다
벤투호vs김학범호 1차전 2-2 무…12일 고양에서 2차전
- 임성일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 vs 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다른 나라와 A매치를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육책처럼 마련된 경기였다. 1996년 이후 24년 만에 펼쳐지는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의 '격식 갖춘 경기'라 포장은 했으나 사실 긴장감이나 기대감이 대단히 컸던 이벤트는 아니다.
일단 일방적으로 '우리나라'를 응원하는 '국대 축구'의 묘미를 느낄 수 없다는 게 컸다. "U-23대표팀은 상대가 아닌 한 지붕 가족"이라던 파울루 벤투 감독의 표현처럼, 어차피 두 팀 모두 우리 팀이었다.
게다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배제된 상태에서 K리그 선수들로만 두 팀을 꾸려야했다. 다 아는 형님동생들의 경기가 얼마나 높은 긴장감과 재미를 줄 수 있을지 의구심도 있었다. 어찌 보면 K리그 올스타전과 같은 팀 구성인데 과연 '국대축구'의 맛이 나올까 물음표도 따라왔다.
그런데 제법 뜨거웠다. 기존 대표팀의 구성과 견줘 면면이 크게 바뀌고 훈련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기에 경기 수준이야 크게 만족스럽지 않았으나 적어도 '정신무장'은 여느 국가대항전 못지않았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과 김학범 감독이 지도하는 올림픽대표팀이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스페셜매치 1차전에서 2-2로 비겼다.
출발은 A팀이 좋았다. 경기 초반 올림픽팀의 거친 압박에 밀렸던 A대표팀이 전반 14분 역습 상황에서 이주용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고 이후에는 점유율을 높이면서 경기를 지배했다. '역시 형님이 낫구나' 싶었던 흐름이다. 하지만 후반은 딴판이었다.
후반 5분 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핫한 플레이어로 꼽히는 송민규가 원맨쇼로 A팀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며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 득점과 함께 A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반 13분 운이 따르지 않았던 권경원의 자책골까지 나오면서 흐름이 올림픽팀으로 넘어갔다.
A대표팀이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집중력을 높여 균형을 재차 맞추려 노력했으나 의지만으로 될 수 없을 정도로 김학범호의 전력이 만만치 않았다. 거의 백중세였고, A대표팀의 공격 빈도만큼 올림픽팀도 추가골을 노렸다. 자칫 형님들의 망신으로 끝날 수도 있던 흐름이었는데, 후반 44분에 터진 이정협의 동점골 덕분에 간신히 패배를 면했다.
생각보다 거칠게 진행됐던 경기다. 일단 U-23대표팀의 의욕이 넘쳤다. 단순히 '형님들을 이겨보고 싶다'는 동기부여에 그쳤던 게 아니다. 해당 나이 때에만 출전할 수 있는 올림픽 최종엔트리에 들기 위한 내부 경쟁이 계속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김학범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독기를 품는 것은 당연했다.
동생들의 호전적인 자세에 머뭇머뭇 거리던 A대표팀도 차츰 눈빛이 달라졌다. A대표팀 멤버들도 대부분 벤투 감독과 초면인 경우가 많아 이번 기회를 살리려는 의지가 엿보였고 때문에 자연스럽게 터지는 기합소리와 몸과 몸의 충돌음도 자주 들렸다. 서로의 승부욕을 확인했으니 2차전은 더 치열한 대결이 예상되고 있다.
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오늘 경기를 점수로 평가하자면 50점도 주기 어렵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 패턴이 나오지 않았다. 선수들 혼 좀 내주겠다"며 내용을 크게 지적했다. 형님들과 비겼다고 좋아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벤투 감독은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합류한 뒤 짧은 시간 훈련했기 때문에 조직력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전반전은 괜찮았으나 후반전에는 밸런스가 무너졌다"면서 "공도 자주 뺏기고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형님들은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가 났다. 아우들은 A팀을 잡아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이미 '친선' 단계는 넘어섰다. 볼만할까 싶었던 벤투호와 김학범호의 대결이 의외의 맛을 내고 있다. 2차전은 진짜 볼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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