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결산] 상향이든 하향이든, 평준화 흐름 분명한 아시아

베트남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베트남과 요르단의 경기 승부차기에서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2019.1.2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베트남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베트남과 요르단의 경기 승부차기에서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2019.1.2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1956년 1회 대회 후 17번째로 진행된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의 막이 내렸다.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여러 가지 맛이 섞였던 대회로 기억될 전망이다.

일본이나 이란처럼 예상대로 순항한 강호들도 있었고 59년 만에 대회 주인공을 꿈꾸던 한국이나 2연패를 노리던 호주처럼 중간에 발목이 잡힌 우승후보들도 있었으며 다크호스로 간주됐다가 놀랍게도 우승컵까지 들어올린 카타르 같은 복병도 보였고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처럼 의외의 성적을 거둔 파란의 팀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예상대로 진행된 대회는 아니다. 특히 이전의 이름값만으로 미리 결과나 내용을 재단했을 시에는 꽤 많은 오답을 배출했다. 상향인지 하향인지는 조금 더 깊은 분석이 필요하겠으나 어쨌든 '평준화' 흐름은 분명해 보인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진행된 2019 아시안컵은 사상 최다인 24개팀이 본선에 참가했다. AFC가 참가팀을 늘린 이유는 '모두의 잔치'로 만들자는 취지가 크다. 이는 월드컵 본선 참가국을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리겠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기조와 궤를 같이 한다.

월드컵 참가국 확대는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공약이었는데, 그는 더 많은 국가들이 월드컵이라는 잔치를 즐겨야하며 그것이 궁극적인 축구 발전에 도움을 주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지구촌을 하나로 묶는 페스티벌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유럽과 남미의 잔치였던 과거를 벗어나기 위해 아시아나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도 출전 기회를 더 제공하자는 취지였다. AFC 역시 마찬가지다.

전한진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은 "결국 AFC가 아시안컵 본선 출전 국가를 더 늘린 것은 이 잔치의 수혜를 받는 국가들이 더 늘어나야한다는 큰 기조에서 나온 것"이라 설명했다. 기본적인 취지는 좋으나 사실 우려도 있었다. '본선급' 전력에 미치지 못하는 팀들이 출전하면서 전체적인 '질'을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었는데, 뚜껑을 열자 사실과 달랐다.

1라운드부터 이변이 속출했다. 개막전에서 개최국 UAE(79위)가 랭킹 113위 바레인과 1-1로 비긴 것은 애교였다. D조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호주가 랭킹 109위 요르단에 0-1로 패하며 첫 이변이 희생양이 됐다. B조에서는 10명이 싸운 팔레스타인이 시리아와 0-0 무승부를 거두며 아시안컵 본선사상 첫 승점의 감격을 누렸다. 축구하고는 딱히 연관이 없어 보이던 인도가 동남아시아의 강호 태국을 4-1로 대파한 것까지, 의외의 결과들이 이어졌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대한민국과 카타르의 경기에서 1대 0으로 패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19.1.2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한국은 번번이 애를 먹었다. 1차전에서 필리핀, 2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을 상대하는 스케줄을 받아든 한국은 사실 중국과의 3차전부터가 본격적인 대회라는 생각을 은연 중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만의 착각이었다.

필리핀과의 1차전이 고전 끝 1-0 신승으로 끝났을 때만해도 첫 경기의 부담이라 여겼다. 하지만 2차전이 더 힘겹게 끝나면서 안팎에서 허울뿐인 맹주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손흥민이 돌아온 중국과의 3차전 때 힘을 되찾으면서 반전을 만드는가 싶었다. 그러나 바레인과의 16강전이 연장 끝 2-1 신승으로 끝나며 다시 실망을 주더니 급기야 8강전서 카타르에 0-1로 쓰러졌다.

돈으로 성적을 사는 것까지는 어려울 것이라 여겼던 카타르가 사비의 예언대로 승승장구했고, 박항서 감독이 마법을 부린 것처럼 팀을 이끈 베트남이 놀라운 기세로 8강까지 올랐다. 베트남 앞에서는 일본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어느 하나 무시할 팀이 없어졌다.

아시아 대륙 축구판도가 꽤 어지러워지는 모양새다. 이란이나 일본 등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팀도 있으나 대다수 팀들이 다른 팀을 압도하는 경기는 많지 않았다. 적어도 이제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는'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손쉽게 승패를 전망할 매치업은 많지 않을 전망이다. 아시아권 국가와 상대하면 무조건 이길 것이라 생각했던 한국의 오만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