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김판곤 위원장, "객관적 절차·단기 능력 발휘가 중요"
- 류석우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가 차기 감독선정 기준과 김봉길 전 감독 해임 이유를 밝혔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대표 감독 선임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단기간에 선수들을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기준을 공개했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6일 전격적으로 김봉길 U-23 감독 해임을 발표했다. U-23 대표팀은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4위에 그친 바 있다. 당시 김봉길 전 감독은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축구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김판곤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단순히 결과 때문에 해임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충분한 데이터와 보고서를 토대로 선임위원들과 논의했다. 과정에서도 발전하는 모습을 찾지 못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해임을 결정한 주요 세부 기준은 △짧은 기간에 선수들의 컨디션을 잘 파악했는지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넣어 전술 효과를 어떻게 극대화했는지 △상대와 우리를 잘 분석해 경기에 대비했는지 △경기가 안 풀릴 경우를 대비해 '플랜 B'와 '플랜 C'를 잘 준비했는지 △경기 중 일어나는 돌발 상황에 대처할 결단력이 있는지 등이다.
이러한 기준들은 앞으로 차기 사령탑을 결정할 때도 적용될 예정이다.
다음은 김판곤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차기 감독의 임기는 아시안게임까지인가 올림픽까지인가.
▶기본적으로는 이번에 이렇게 (갑자기 해임)됐기 때문에 올림픽까지 염두에 두고 선발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
-아시안게임에서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올림픽까지 믿어줄 건가.
▶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선정하기 때문에 우선 선정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정이 잘 된다고 하면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고 본다. 또 준비해나가는 과정에 있어서는 지속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감독 선임의 특별한 기준은.
▶대표팀 감독은 클럽감독과는 다르다. 단기간에 해내야 한다. 단기간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의 눈으로 짧은 시간 안에 선수들을 조합해 가장 좋은 포메이션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예선에서 팀 정비를 마치고 본선에 갔을 때는 궤도에 올라 있어야 한다. 힘들 수 있지만 되도록 이 수준에 부합하는 사람을 찾고 싶다. 그리고 지속해서 발전하는 모습도 중요하다.
-아시안게임 준비시간이 짧다. 그 사이에 특별한 대회도 없는데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아시안게임 이전까지 로드맵을 만들어 놨다. 되도록 3월 중에 팀을 찾아서 경기를 하고 싶다. 월드컵 기간에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아시안게임 앞두고 초청대회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대한 여러 대회에 내보낼 계획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제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3~4명 정도로 압축한 후보는 있는가.
▶없다. 최근 5년~7년 사이의 프로리그를 많이 보려고 한다. 경쟁력 있는 감독들을 많이 찾아보고 있다. 리그 성적과 컵대회 성적까지 다 챙겨보려고 한다. 또한 감독 이름에 대한 이미지보다는 최근의 경기력을 보려고 노력 중이다. 경기내용은 감독의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들이 어떤 스타일인지, 어떤 축구 철학을 가졌는지 살펴보고 있다.
-축구 철학이란.
▶사실 축구협회도 축구 철학을 빨리 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축구를 할 것인지 정해야 그에 따른 적합한 감독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축구협회 기술파트 분들이나 여러 외부 조언을 얻어 축구협회의 철학에 대해 공감대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한국 축구의 장점을 살리고 어떤 DNA가 있는지를 분석해서 '코리안 웨이'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기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프로세스에 대해서 추후 자세히 공개할 생각이 있나.
▶최대한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리고 어떤 과정으로 뽑는지에 대해 최대한 오픈하겠다. 물론 팬들이나 축구를 보는 모든 분들이 각자의 시각이 있겠지만 기준을 잘 정해서 부합하는 사람으로 찾겠다.
-김봉길 감독을 선임할 때도 최상의 선택은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
▶너무 틀에만 의존한다면 그게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드러난 결과도 중요하지만 좋은 축구철학과 함께 좋은 결과를 도출할 능력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결과만 있어도 안 되고 성품만 있어도 안 된다. 여러 가지를 잘 고려해야 한다. 우선순위를 두겠다. 대표팀이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그 특성에 맞는 부분들을 잘 만족시켜줄 수 있는 감독으로 선임하겠다.
-아시안게임까지 준비 기간이 짧다. 미리 올림픽까지 감독을 보장해준다는 약속이 있어야 하지 않나. 후보 대상에 오른 감독이 거절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훌륭한 감독이라면 보장 같은 것은 필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능력이 있으면 감독직 보장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부담스러워하고 피해가고 싶어 하는 분이라면 우리도 굳이 모시고 싶진 않다.
-현 프로팀 감독도 고려 대상인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이제 막 시즌이 시작하는데 모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김봉길 감독을 모실 때 아시안게임까지 갔으면 하는 기대를 했다. 사실 이번 해임은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돌발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 프로팀 감독을 무작정 데려오는 것은 그 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U-23 대회에서 선수들의 평가는 어땠는가.
▶그 부분은 사실 김봉길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시즌이 끝난 상태라 100%의 전력이 아니었다. 우즈베키스탄전과 카타르전을 봤을 때 우리 선수들 기술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개인 기술에서 상대를 압도하질 못했다. 단순히 우즈벡과 카타르전에서만 밀린 것도 아니다. 말레이시아전에서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어느 경기에서도 기술적으로 상대를 제압한 적 없었던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
-기술 부족은 단기간에 해결 가능한가.
▶현재 한국 축구가 기술적인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나올 수 있는 구조인가 의문이 든다. 나는 그 구조 안에서 선수 생활도 하고 지도도 해봤는데 매년 똑같은 결과밖에 나오지 않는다. 잘못된 구조에서 성장한 선수들의 잘못이 아니다. 좋은 선수가 나오지 않으면 대표팀은 맨날 똑같은 비난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구조가 유지된다면 유럽과 멀어지게 된다. 지금 개선한다고 해서 당장 다 좋아지진 않을 거다. 하지만 지금 시작해야 한다. 어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방향은 정해놓고 구체적으로 하나씩 바꿔나가면 된다. 지금은 타임라인과 로드맵을 세울 때다.
-김봉길 감독 해임이 결정되기까지 선임소위원회의 논의는 원활하게 진행됐나.
▶스스로는 만족한다. 각 위원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자료를 준비했다. 김 감독이 직접 작성한 보고서도 위원에게 다 나눠줬다. 선수 선발 과정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체력적인 부분에 대한 데이터도 만족스러웠다. 첫 훈련부터 대회 기간까지의 모든 체력 데이터를 분석해서 최상의 체력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한 과정이었는지 평가했다. TSG(테크니컬스터디그룹)가 대회 당시 매 경기 분석한 보고도 받았다. 객관적인 데이터와 보고서를 통해서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 부분에서 특히 유의한 점은.
▶처음 위원들을 소집했을 때 당부의 말을 드린 적 있다. 선임소위원이라는 자리가 국민들이, 모든 축구인이 위임한 권한이라고 생각해 달라는 말이었다. 사적 감정을 넣어 판단하지 말고 개인적인 청탁들도 다 철저히 관리해달라고 부탁했다. 만약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간 의견이라면 존중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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