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호 감독은 누구… 너무 일찍 피었다 너무 일찍 진 꽃
- 임성일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1973년생. 세상을 떠나기에는 너무도 이른 44세의 젊은 지도자 조진호 부산 아이파크 감독이 숨을 거뒀다.
부산 구단은 10일 "조진호 감독이 오늘 아침 숙소 주변을 산책하던 중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밝고 유쾌한 표정과 씩씩한 말투 그리고 화끈한 퍼포먼스로 축구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젊은 지도자는 그렇게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
믿기지 않는 죽음이었다.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은 "그렇게 밝은 사람이 안으로는 많은 것을 쌓아두고 살았던 것"이라고 침통한 표정을 지었고 황선홍 FC서울 감독은 "지금도 심장이 떨린다. 성격이 밝은 친구인데,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성환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이게 무슨 소리인가"라며 이내 눈시울을 붉힌 뒤 "정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비통한 심경을 내비쳤다.
조진호 감독은 현역시절 다부진 몸놀림과 과감한 드리블 돌파 그리고 묵직한 슈팅으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낸 엘리트 공격수였다. 타고난 재능이었다. 조 감독은 연령제한 때문에 1번 출전도 힘든 FIFA U-20 월드컵을 2번이나 경험했다. 대부분의 멤버들보다 어렸던 1991년 대회에 나섰고 1993년 제 나이로 또 한 번 세계무대를 경험했다.
한국 축구사를 통틀어 U-20 월드컵 본선경기에 가장 많이 출전한 선수는 조진호 감독과 김진규(대전 시티즌)로, 나란히 7경기에 출전했다. 조 감독은 1991년 포르투갈 대회에서 4경기, 1993년 호주 대회에는 3경기에 출전했다. 출전 시간으로는 조 감독이 총 630분으로 586분을 뛴 김진규를 앞섰다.
확실히 재능이 비범했던 선수다. 조 감독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본선 멤버다. 만 18세 11개월의 나이로 올림픽을 경험했는데, 이는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는 한국 올림픽대표팀 최연소 발탁기록이다. 심지어 김호 감독은 이 뜨거운 재능을 1994 미국 월드컵에 데리고 갔다. 단순히 경험을 시켜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조진호 감독은 독일과의 조별예선 3차전 때 선발로 필드를 밟았다.
이렇게 승승장구했으나 이후 현역 스토리는 아쉬움이 남는다. 1994년 엄청난 스포트라이트 속에 포항 스틸러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것까지는 좋았다. 이듬해 무릎 부상으로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그래도 나았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앞두고 비쇼베츠 감독과 마찰을 빚으면서 대표팀 합류 거부라는 돌출행동을 벌였고 이후 6개월 선수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으면서 조진호의 선수 커리어는 꼬여버렸다.
조진호의 통산 A매치 기록은 13경기 2골이다. 이중 12경기가 1994년에 소화한 것이다. 그의 A팀 커리어는 1995년 2월로 끝맺는다. 잘 나가다가 항명파동 이후로는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좋을 때 탄력을 잇지 못했던 선수 조진호는 부천SK(2000)와 성남(2001~2002)을 거친 뒤 그리 화려하지 못한 모습으로 은퇴했다.
현역 때 아쉬움을 지도자로 만회하는 흐름이었다. 2003년 부천SK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조진호 감독은 제주유나이티드와 전남 드래곤즈에서 경력을 쌓은 뒤 2013년 대전시티즌에서 처음 감독직을 맡았다. 2013년 시즌 중반, 당시 김인완 감독이 중도하차한 뒤 감독대행 자격으로 지휘봉을 잡은 형태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자신이 팀을 이끈 2014년, 대전을 K리그 챌린지 우승으로 이끌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16년에는 K리그 클래식 상주상무를 맡아 군경팀 최초의 상위 스플릿 진출을 이뤄내는 쾌거를 일궜다. 이후 조진호 감독의 선택이 또 화제가 됐다. 클래식 팀을 이끌던 감독이 스스로 챌린지로 내려온 것. 조진호 감독은 "명가 부활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취임 일성으로 부산 아이파크 감독으로 부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던 터라 충격은 더 컸다. 부산 아이파크는 33라운드까지 진행된 K리그 챌린지에서 17승10무6패 승점 61점으로 경남(승점 70)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3위 아산(50점)과는 9점 차이로, 플레이오프 진출은 확정한 상태다. FA컵에서도 챌린지 팀으로는 유일하게 준결승에 올라 있다.
이런 와중 갑작스러운 비보라 부산 구단은 물론 축구계 전체가 충격에 휩싸여있다. 한 축구 관계자는 "지난 8일 선두 경남과의 맞대결에서 패(0-2)한 것이 심리적인 괴로움으로 온 것 아닐까 싶다. 정말로 이기고 싶었을텐데..."라고 말한 뒤 "너무 일찍 떠났다"고 애통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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