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내셔널리그로 간 정성훈, 아들이 다시 건넨 축구화

과거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정성훈이 내셔널리그 김해시청에 입단했다. 두 아들 원준(왼쪽)과 태호가 큰 힘이 됐다. (정성훈 제공) ⓒ News1
과거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정성훈이 내셔널리그 김해시청에 입단했다. 두 아들 원준(왼쪽)과 태호가 큰 힘이 됐다. (정성훈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08년과 2009년 그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공격수였다. 2010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11골 4도움을 기록했던 그는 이듬해 K리그 최강 전북의 러브콜을 받아 이적, 2011년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훈련으로 극복할 수 없는 타고난 신체조건(190cm)을 앞세워 선 굵은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그의 이름은 정성훈이다.

축구 팬들은 정성훈에게 ‘루카 후니’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이탈리아 대표팀의 장신 스트라이커 루카 토니와 빗댄 수식어다. 한때 잘 나갔다. 그랬던 정성훈이 2015년 여름 쉽지 않은 선택을 내렸다. 사실상 마지막 현역생활이 될 그의 무대는 내셔널리그이고 소속팀은 김해시청이다.

13일 오후, 한국 내셔널리그는 17일부터 재개되는 하반기 일정을 앞두고 추가등록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총 14명이 새로 등록됐는데, 그 속에 정성훈의 이름이 있었다. 김해중학교 출신인 정성훈이 내셔널리그 김해시청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준비를 하고 있다.

의외의 결정이었다. 나이(36)가 적지 않았고 때문에 팀을 고르는 것이 마땅치 않았던 것은 사실이나 그래도 내셔널리그를 택할 것이라는 예상은 쉽지 않았다. 정성훈 역시 생각지 않았던 행선지다. 그런데 아들이 그의 마음을 바꿔 놓았다.

내셔널리그행이 발표된 이튿날인 14일 오전, 정성훈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자신이 김해시청에 입단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먼저 “사실 은퇴하려 했다. 중국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오퍼가 들어왔다. 하지만 더 이상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싶지 않았다”는 뜻을 전했다.

정성훈은 지난해 J2리그 콘사도레 삿포로에서 뛰었다. 아내와 두 아들을 한국에 두고 홀로 일본에 건너가 생활했다. 이 기간 자신도 가족도 힘들었다는 전언이다. 정성훈은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괴로웠다”면서 더 이상 해외생활을 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K리그 쪽의 마땅한 러브콜은 들어오지 않았고 정성훈은 미련 없이 은퇴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고향 팀’에서 특별한 제안이 들어왔다.

그는 “지난 5월쯤이었던 것 같다. 김해시청 김귀화 감독님에게 전화가 왔는데, 고향 팀을 위해 함께 뛰어볼 생각이 없냐고 말씀하셨다”고 소개했다. 정성훈은 창원에서 태어나 김해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특별한 장소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선뜻 수락하기는 어려웠다. 자존심을 꺾기 힘들었다. 게다 김해시청은 내셔널리그 전반기를 6무5패, 단 1승도 없이 꼴찌에 그친 팀이다. 적어도 성적으로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가 힘든 조건이었다. 하지만 아들의 눈빛이 마음을 달리 먹게 만들었다.

정성훈은 “큰 아들 원준(11)이가 남해초등학교에서 축구를 하고 있다. 김해시청 제안을 받고 고민하던 어느 날 아들에게 ”아빠 다시 축구할까“라고 지나가며 물어봤다. 그랬더니 원준이가 ‘아빠가 뛰는 모습을 꼭 다시 보고 싶다’고 하더라. 왠지 찡한 감정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불필요한 힘을 빼고 김해시청 입단을 결심한 배경이었다.

그는 “아내도 힘을 보태줬다. 이제 우리에게 돈이나 명예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더라. 좋아하는 축구를 조금 더 하라고 북돋아줬다”면서 “정말 큰 힘이 됐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결국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족이 전해준 용기 덕분에 축구화 끈을 다시 묶었다. 정성훈은 “아빠도 형도 축구를 한다니까 둘째 아들(태호·7)도 축구를 하겠다고 하더라. 내년에 학교에 들어가니 좀 더 참으라고 해줬다”며 밝게 웃었다.

결정까지는 힘들었으나 지금은 마냥 좋다고 했다. 정성훈은 “주말 경기부터 바로 나갈 수 있도록 몸을 만들었다. 오랜만에 경기에 출전한다고 생각하니 진짜 설렌다”며 또 웃었다. 아들이 건넨 축구화와 함께, ‘루카 후니’의 축구 인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lastun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