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유럽파 대신 K리거들이 대한민국 자존심 세웠다
초라한 홍명보호, 김신욱-이근호의 재발견 ‘위로’
- 임성일 기자
(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자 유럽파들은 모두 침묵했다. 거침없던 막내 손흥민 정도를 제외한다면 기대를 충족시켜준 유럽파는 없었다. 소속팀에서 뛰든 뛰지 못하든 상관하지 않고 유럽파를 전력의 축으로 삼았던 홍명보 감독으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중심들이 몫을 하지 못했으니 1무2패라는 초라한 성적은 예견된 불행이었을지 모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조커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해줬다는 것이다. 유럽파들에 비해 스포트라이트가 적었던 K리거들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이근호가 아니었다면 유일한 승점 1점도 없었을지 모른다.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후반 박주영과 교체돼 들어간 이근호는 과감하고도 간절한 움직임으로 공격에 활기를 불러 일으켰고 결국 상대의 실수를 유발한 중거리포로 귀중한 무승부를 견인했다.
이근호는 2013시즌 K리그 챌린지 MVP다. 이근호의 맹활약 속에 상주상무는 올 시즌 1부로 승격됐다. 군 팀에 있는 공격수가 유럽파 공격수보다도 당당했다.
2013년 K리그 클래식 MVP인 김신욱도 인상적이었다. 벨기에와의 3차전에 선발 출전한 김신욱은 후반 20분 교체될 때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다. 하드웨어가 뛰어난 벨기에 수비수들과의 공중볼 경합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동료들에게 수많은 찬스를 제공했다. 결국 자신을 ‘계륵’으로만 여겼던 홍명보 감독의 판단이 틀렸음을 입증했다.
홍명보 감독은 김신욱이라는 장신 공격수를 사용하면 패턴이 단조로워져 활용이 조심스럽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쫓겼던 조별예선 3차전에서 김신욱 카드를 꺼내든 홍명보 감독은 자신이 지양하겠다던 선 굵은 롱볼 축구를 펼쳤다.
심지어 재미를 봤다. 1, 2차전에서도 김신욱이 먼저 휘젓다 경기 후반부에 재기 넘치는 공격수를 투입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23명의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K리거는 단 6명뿐이다. 소수였으나 다수보다 큰 역할을 했다. 김신욱과 이근호는 당당했고 오른쪽 풀백 이용도 최선을 다해 뛰었다. 왼쪽보다 덜 불안했다. 그리고 벨기에전 최고 수확인 김승규 골키퍼도 빼놓을 수 없다. K리거들이 홍명보호의 자존심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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