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박지성과 스승의 기억들…허정무·히딩크·퍼거슨

한국축구의 영웅 박지성(33·PSV 에인트호벤)이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거취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14.5.14/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수원=뉴스1) 권혁준 인턴기자 = 14일 은퇴를 선언한 '영원한 캡틴' 박지성(33·PSV 아인트호벤)의 곁에는 수많은 '은사'들이 함께 했다.

이 중에서도 허정무(59), 거스 히딩크(68), 알렉스 퍼거슨(73) 등 세 명의 감독은 박지성의 축구사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박지성이 세계 레벨의 선수로 발돋움하기까지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기 때문이다.

허정무 감독은 무명의 박지성에게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아주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허 감독은 명지대에 재학 중이던 박지성이 대표팀과의 연습 경기에서 펼치는 플레이에 깊은 인상을 받고 과감히 올림픽 대표로 발탁했다.

박지성은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에 뽑힌 것을 시작으로 '태극마크'의 단골 멤버가 된다. 2000년 4월 5일 레바논 아시안컵 지역 예선 라오스전을 통해 국가대표에 데뷔한 이래, 지난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까지 11년 동안 총 100경기에 출장해 13골을 기록했다.

허 감독이 무명의 원석에 가까운 박지성을 발굴해냈다면,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에게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로 도약할 기회를 마련해 준 은인이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외국인으로 사상 첫 성인 국가대표팀을 맡은 히딩크 감독의 기용 원칙은 오직 '실력' 하나였다. 박지성은 쟁쟁한 선배들과의 '무한 경쟁'에서 당당히 살아남았고, 만 21세의 나이로 월드컵 에서 주전 자리를 궤찼다.

당시 조별리그 최종전인 포르투갈전에서 박지성이 터뜨린 골은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박지성의 명장면'이다. 박지성은 반대편에서 건너온 크로스를 가슴으로 트래핑한 후 오른발 컨트롤로 수비 한 명을 재쳤고, 절묘한 왼발슛으로 상대 골망을 갈랐다.

'영원한 캡틴' 박지성(33)의 성장에 많은 도움을 준 '은사'들. 왼쪽부터 허정무(59), 거스 히딩크(68), 알렉스 퍼거슨(73) 감독.© AFP=News1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이 끝난 이후에도 박지성에게 큰 영향을 줬다. 네덜란드의 아인트호벤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당시 일본 리그에서 뛰던 박지성을 함께 데리고 간 것.

히딩크 감독을 따라 처음으로 유럽리그에 발을 들여놓게 된 박지성은 2004-05 시즌 팀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이끌면서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박지성도 히딩크 감독을 '가장 기억에 남는 스승'으로 꼽았다. 박지성은"가장 큰 영향을 준 감독은 히딩크 감독"이라면서 "월드컵에 나가고, 유럽 무대를 밟게 됐던 그 시절이 나에게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고 말했다.

박지성의 축구인생에 빼놓을 수 없는 세 번째 '은인'은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명장, 퍼거슨 감독이다. 퍼거슨 감독은 실력이 무르익은 박지성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의 성실한 자세와 프로 정신을 높이 평가하며 박지성을 중용했다.

2005년부터 7시즌간 맨유에서 활약한 박지성은 총 4회의 리그 우승과 한 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함께 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박지성도 퍼거슨 감독에 대해 "나를 세계 최고의 레벨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게 해 준 감독"이라며 고마운 감정을 드러냈다.

허정무, 히딩크, 퍼거슨. 이 세 명의 감독은 오늘날의 박지성이 있기까지 가장 많은 '공'을 세운 인물들이다. 하지만 박지성은 특정 감독이 아닌, 모든 감독들에게 공을 돌렸다.

박지성은 "모든 감독님들께 감사한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내가 지금까지 거쳤던 스승들 중 누구 하나라도 빠졌다면 지금과 같은 선수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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