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개막②] 야신부터 지단까지, 반세기 유럽선수권을 빛낸 별들
- 임성일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100년에 이르는 코파 아메리카에는 아직 견주기 어려우나 유럽 대륙 최고의 축구 대항전인 유로 대회도 어느덧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쌓았다. 1960년 프랑스에서 기치를 세운 유럽선수권은 폴란드-우크라이나가 공동개최한 지난 2012년 대회까지 모두 14번 펼쳐졌고 그때마다 화려한 별들이 쏟아졌다.
축구의 본토를 자처하는 유럽에서 축구 깨나한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한두 번의 유럽선수권은 호령했어야 확실한 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유럽선수권을 빛낸 원조 스타는 불세출의 골키퍼 레프 야신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키퍼로 추앙받는 야신은 그야말로 전설적인 이름이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4월드컵부터 '야신상'을 마련했으니 활약상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야신이 골문을 든든하게 지켜준 덕분에 구 소련은 유럽선수권 원년 챔프와 2회 대회 준우승 등 초창기 유럽의 절대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다.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 됐지만 과거에는 골키퍼의 활약상과 관련해 '야신의 재림' 혹은 '야신도 막지 못할'이라는 설명들이 있었다.
'야신의 소련' 시대 다음은 카이저의 전차군단이 유럽을 호령했다. 프란츠 베켄바워라는 사령관을 앞세운 서독은 1972년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다. 당시 서독은 개막 전부터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다. 제프 마이어 골키퍼를 비롯해, 파울 브라이트너(DF), 귄터 네처(MF) 그리고 '득점기계' 게르트 뮐러까지 요소요소 흠잡을 데 없었다. 하지만 베켄바워를 빼놓고 당시 서독을 설명할 순 없었다.
'리베로'라는 신개념을 필드에 선보인 카이저는 우승과 함께 1972년 발롱도르를 품에 안았다. 서독은 2년 뒤 베켄바워와 함께 월드컵까지 정복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1970년대의 위대한 리더가 베켄바워라면 1980년대는 미셀 플라티니가 떠오른다. 프랑스에게 첫 번째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선사한 주인공이다. 1984년 조국에서 열린 유럽선수권에서 레블뢰 군단을 지휘했던 플라티니는 덴마크와의 개막전 결승골(1-0)을 시작으로 스페인과의 결승전(2-0)까지 모두 득점에 성공했다.
조율사 느낌이 강한 플라티니는 해당 대회에서 9골로 득점왕에 등극했다. 사실 결정력이 비범한 미드필더였다. 그는 유벤투스 시절 세리에A 득점왕을 3차례 차지한 바 있다.
4년 뒤 1988년 대회에서 축구 팬들은 '짧고 굵었던' 위대한 공격수를 만난다. 오렌지군단 네덜란드의 핵심 마르코 반 바스텐이 가장 화려하게 빛났던 때가 유로88이다. '만년 2인자' 이미지가 강한 네덜란드는 당시 대회에서 반 바스텐-굴리트-레이카르트 등 오렌지 삼총사를 앞세워 정상에 오른다. 지금까지 네덜란드의 유일한 메이저 타이틀이다.
당시 반 바스텐은 5골로 대회 최다골을 터뜨렸는데, 특히 소련과의 결승전에서 보여준 발리슈팅은 유럽선수권 역사 속 두고두고 회자되는 아름다운 골이었다.
2000년대 이후 대회 전체를 지배한 인물을 꼽으면 단연 지네딘 지단이다. 플라티니의 바통을 이어받아 프랑스 축구를 대변한 지단은, '예술축구단(아트사커)'을 표방하는 프랑스를 이끄는 '지휘자(마에스트로)'였다.
유로2000은 역대 그 어느 대회보다 화려했던 무대로 기억된다. 프랑스는 4강에서 루이스 피구 등 '골든 제너레이션'이 이끌던 포르투갈을 제압했고, 결승에서 파올로 말디니와 파비오 칸나바로가 함께 뛴 아주리군단 이탈리아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포르투갈이나 이탈리아가 프랑스보다 부족했던 것은 지단뿐이었다.
지단 시대 이후 유럽선수권은 아직 슈퍼스타라 부를 만한 인물과 조우하진 못했다. 그리스가 경악스러운 우승을 차지한 2004년은 그저 '이변' '기적'이라 부를 수밖에 없었고 2008년과 2012년 거푸 정상에 오른 스페인은 '무적함대'라는 표현이 적합할 만큼 선수단 자체가 단단했다. 시간의 흐름상 또 한 명의 굵직한 별이 탄생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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