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69cm 메시가 전한 '만민 평등' 축구의 매력
작지만 절대 작지 않은 '필드 위의 거인'
- 임성일 기자
(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리오넬 메시와 제르단 샤키리. 아르헨티나와 스위스를 이끄는 두 에이스는 기대만큼 볼만한 승부를 펼쳤다. 승패로 인한 희비는 엇갈렸으나 나란히 멋진 '퍼포먼스'로 축구만의 매력을 선보였다. 축구는 모두에게 평등한 스포츠라는 것을 두 ‘작은 거인’이 입증했다. 결과적으로, 역시 원조가 나았다.
메시와 샤키리는 비슷한 점이 많다. 일단 작다. FIFA에 등록된 두 선수의 신장은 똑같이 169cm다. 축구 선수 치고는 작은 키다. 하지만 필드 안에서 공을 잡고 있는 메시와 샤키리는 거인으로 변한다. 단점을 장점으로 만든 덕이다.
똑같이 왼발을 주로 사용하는 메시와 샤키리는 좀처럼 공을 빼앗기지 않는다. 기술도 좋고, 컨트롤도 정확하며, 발도 빠르다. 밸런스도 뛰어나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예측할 수 없는 ‘타이밍’으로 상대를 괴롭힌다.
짧지만 안정되게 지면에 붙어 있는 다리로 생각하는 것과 어긋나는 박자에 빠르게 드리블 치는 모습은 메시를 세계 최고로 만들었다. 샤키리도 '알프스의 메시'로 만들었다. 여기에 정확한 킥과 골 결정력까지 닮았다. 180cm가 넘는 장신 공격수들을 비웃고 있다.
집중 마크를 당하고 있으면서도 모두 골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메시는 조별예선 3경기에서 모두 골을 넣는 등 4골을 터뜨렸다. 샤키리는 온두라스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메시는 3경기에서 MOM에 선정됐다. 샤키리도 2경기에서 최고 수훈선수가 됐다.
월드컵이라는 지구촌 최대이자 최고의 축구 대회에서 메시와 샤키리보다 좋은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는 드물다. 이번 대회 4번째 연장 승부로 치러진 아르헨티나와 스위스의 맞대결에서도 169cm 메시와 샤키리가 가장 커보였다. 골이 터지지 않는 지루한 경기였으나 두 선수가 공을 잡았을 때는 뜨거웠다.
결국 주인공은 '원조 169' 메시였다. 아직은 수준 차이가 있었다. 연장 후반 12분, 화려한 드리블로 수비수들을 제친 메시는 디 마리아에게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 주면서 결승골을 어시스트, 1-0 승리의 주역이 됐다. 과연 거인이었다.
축구는 타고난 신체 조건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스포츠다. 기본적으로 건강한 두 다리만 있다면 누구나 가능하다. 심지어 건강하지 않은 다리로도 최고가 될 수 있음을 과거 가린샤라는 슈퍼 스타가 증명하기도 했다.
펠레와 함께 1950~1960년대 최강 브라질을 이끌었던 가린샤는 등뼈가 굽어 있었다. 오른쪽 다리는 안으로, 왼쪽 다리는 밖으로 휘어 있었다. 왼쪽 다리가 반대편보다 6cm 가량 짧은 통에 제대로 된 걸음걸이도 쉽지 않았다. 이쯤이면 운동 선수는 커녕 생활도 불편했을 신체 조건이다. 하지만 가린샤는, 적어도 필드에서만큼은 그보다 아름다운 이가 없었다.
컨트롤은 정교했고, 드리블은 획기적이고 파격적이었다. 불편한 몸으로 어찌 가능할까 싶은 주력을 지녔는데 지금 선수들이 그러하듯 스피드를 살린 방향 전환을 트레이드 마크처럼 보여줬다. 당시로서는 듣도 보도 못한 플레이였으니 상대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린샤를 생각한다면, 키가 작은 것쯤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누구든 땀 흘리면 최고가 될 수 있음을 축구사는 계속 설명하고 있다. 이보다 인간적이고 평등한 스포츠는 없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는 거의 종교적인 마라도나의 키는 165cm 정도다. 하지만 마라도나만큼 위대한 선수는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공산이 크다. 가린샤와 마라도나는 돌연변이가 아니라 노력의 결실임을 후배 메시가 설명하고 있다. 샤키리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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