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 이정후, 부상 복귀 후 12경기 타율 0.569 '불방망이'

부상 기간 피칭 머신 훈련으로 동체 시력 유지
17G 연속 안타 '韓 빅리거 신기록'…MLB 타율 2위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부상으로 인한 열흘의 휴식이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전화위복이 됐다.

쉬는 기간 '피칭 머신'을 통한 훈련을 이어간 그는 복귀 후 무려 5할이 넘는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정후는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서 5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로 이정후는 지난달 15일 LA 다저스전부터 17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2013년 추신수, 2023년 김하성이 기록했던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장 연속 경기 안타(16경기)를 넘어선 새로운 기록이다.

최근 이정후의 타격감은 물이 올랐다. 6월 열린 9경기에서 36타수 18안타로 무려 0.500의 타율을 기록 중이며, 연속 안타 행진이 시작되기 전 0.265였던 타율이 어느새 0.335까지 올랐다.

이정후의 타율은 메이저리그 전체로 봐도 2위에 해당한다. 마이애미 말린스의 오토 로페스(마이애미 말린스·0.341)만이 이정후보다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이다. 타율보다 OPS(출루율+장타율)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추세라고 해도 메이저리그 전체 2위의 타율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이정후가 부상 복귀 이후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달 18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허리 근육통을 느꼈고, 결국 10일짜리 부상자 명단(Injury List)에 올라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 로이터=뉴스1

그러나 이정후는 이 기간을 반등의 기회로 삼았다. 부상으로 쉬는 동안 '트라젝트 아크'(Trajekt Arc)라는 이름의 피칭 머신으로 훈련하며 동체 시력을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트라젝트 아크는 실제 투수의 투구 영상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종을 재현하는 최첨단 장비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이정후는 휴식 기간 이 장비를 통해 배트를 휘두르지 않고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별하는 훈련에 집중했다. 상대 투수와 구종, 코스 등은 무작위로 설정됐다.

이정후는 "KBO리그 1~3년 차 시절 성적이 떨어질 때마다 영상을 보면서 문제점을 수정했다"면서 "그런 과정이 확실히 도움됐다"고 했다.

이정후가 17경기 연속 안타를 완성한 10일 워싱턴전에서도 '동체 시력 훈련'이 빛을 발했다.

첫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났던 이정후는 3회말 2사 1루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2볼 1스트라이크에서 초구 높은 코스의 싱커가 스트라이크로 선언되자 'ABS 챌린지'를 신청해 볼로 판정을 바꿨다. 공은 스트라이크존 경계선에 불과 1인치(약 0.25㎝) 벗어난 것으로 판독됐다.

초구 볼 이후 3볼 1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를 만든 이정후는, 5구째를 공략해 깨끗한 우전안타로 연결해 신기록을 완성했다.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 AFP=뉴스1

기세가 오른 이정후는 5회말 세 번째 타석에선 풀카운트에서 몸쪽 낮은 쪽 직구를 잡아당겨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2타점 2루타로 연결했다.

타자가 치기 힘든 코스였지만 존에 살짝 걸치는 투구였기에 치지 않았으면 루킹삼진이 될 뻔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정확한 타격으로 오히려 2타점 2루타로 연결했다.

NBC스포츠도 이 장면에 대해 "이정후의 연속 경기 안타 기간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면서 "몸쪽 낮은 직구에 빠르게 반응했다"고 칭찬했다.

이정후는 허리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12경기에서 51타수 29안타(0.569)의 미친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다. 부상으로 빠졌던 선수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활약인데, 부상 기간의 철저한 준비로 만든 결과였다.

토니 바이텔로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는 부상 전에도 부진하지 않았다. 며칠 쉬면서 재충전한 것이 도움 된 것 같다"면서 "메이저리그와 미국 생활, 팀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