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왕' 김혜성, 이번엔 '좌익수 호수비'로 눈도장…강등 걱정 없다
키케·테오스카 연달아 부상…생애 첫 좌익수 수비도 OK
내·외야 모두 가능해 활용 폭 넓어…당분간 중용될 듯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김혜성(27·LA 다저스)에게 운이 따르는 것일까.
자칫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던 상황에서 발생한 팀의 전력 공백. 하지만 단순하게 '행운'만 있었던 건 아니다. 김혜성은 언제든 빈자리를 메울 준비가 돼 있었고, 훌륭하게 역할을 소화하며 '생존왕'의 면모를 이어갔다.
김혜성은 2026시즌을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시작했다. 시범경기에서 4할대의 맹타를 휘둘렀음에도 좋은 선구안을 보인 알렉스 프리랜드에게 좀 더 후한 점수를 준 것이었고, 마이너리그에서 더 많은 타석을 소화하길 기대한 것이었다.
생각보다 기회는 빠르게 찾아왔다. 팀 내 스타 플레이어 무키 베츠가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김혜성이 콜업됐다.
김혜성은 콜업되자마자 3할을 넘나드는 타율로 뜨거운 타격감을 뽐냈다. 지난달 24일(이하 한국시간)부터 26일까지는 3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프릴랜드는 타격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줬고, 결국 이달 12일 베츠가 복귀하는 시점에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건 김혜성이 아니라 프릴랜드였다.
오히려 이후 김혜성의 존재감이 다소 희미해졌다. 뜨겁던 타격감이 점차 식으면서 타율이 2할 중반대로 떨어졌다. 확실한 주전이 아닌 김혜성으로선 언제든 마이너 통보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실제 선발 출전 빈도가 줄고 있었다.
여기서 내·외야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키케 에르난데스가 부상에서 복귀했다. 그는 지난 2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재활을 거쳐 26일 돌아왔다.
김혜성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에르난데스가 복귀전을 앞두고 타격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왼쪽 옆구리에 통증을 느낀 것.
결국 에르난데스는 지난 27일 경기에서 도중 교체됐고, 이 자리를 메운 건 김혜성이었다. 2루수로 출전한 김혜성은 안타를 때리진 못했으나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렸다.
에르난데스가 부상자 명단에 오른 뒤 프릴랜드가 다시 올라왔고, 28일 경기에서 선발 2루수로 나선 건 프릴랜드였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에게 많은 기회를 준 만큼 이번엔 프릴랜드를 중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 번 좌절할 수 있던 순간이었는데, 그 경기에서 또 한 번 변수가 발생했다. 좌익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주루 도중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빠진 것.
벤치에 외야수 카일 터커도 대기했지만, 로버츠 감독의 선택은 김혜성이었다. 터커가 주로 우익수를 소화하기 때문에 김혜성의 투입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혜성은 이 출전으로 빅리그 데뷔 이래 처음으로 좌익수로 경기에 나섰다. 그는 주로 2루수와 유격수로 출전했고, 지난해엔 중견수로 17경기를 뛴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키움 시절 좌익수 경험이 있는 김혜성은 익숙하게 자신의 역할을 소화했다. 타석에서 안타와 득점으로 이미 제 몫을 해낸 데 이어, 7회초엔 윌리 카스트로의 파울 타구를 전력 질주로 따라가 펜스를 넘어가는 공을 건져내는 '호수비'를 펼쳤다.
부상자가 속출한다는 것은 팀 입장에선 '악재'지만, 김혜성과 같은 '백업' 선수에겐 기회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서 모든 선수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김혜성은 지난해 그랬듯 이번에도 많지 않은 출전 시간에 최대치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제대로 '눈도장'을 찍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선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내야수와 외야수까지 두루 소화 가능한 김혜성은, 부상자가 늘어나는 다저스에선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은 선수다. 김혜성은 당분간 '강등' 걱정을 접어두고 경기에만 집중해도 좋은 상황이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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